"中, 서비스업 중심 성장 지속…한국, 투자자·투자처 모두 유효"
입력 2015.11.25 07:00|수정 2015.11.25 07:00
    베키 류 SC그룹 중국 투자전략가 인터뷰
    "제조업 부진 막을 수 없어…서비스업 성장이 충분히 상쇄"
    "외국인 투자 용이해져…韓 기관에 중국 장기채 매력 충분"
    • 연말을 앞두고 금융권에선 2016년 전망에 여념이 없다.  대외변수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중국 리스크'가 꼽힌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내년도 한국 경제의 화두 중 하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침체가 장기화할 것인지, 그 영향이 우려할 만한 수준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우려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베키 류(Becky Liu) 스트래터지스트(Strategist)도 이를 주장하는 이들 중 하나다. 그는 HSBC 아시아 신용분석가를 거쳐 현재 SC 홍콩에서 중국 투자전략을 맡고 있으며 지난 18일 한국SC은행이 개최한 '중국 RMB 및 세계경제전망 세미나'에서 중국 경제전망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인베스트조선은 20일 한국SC은행 본사에서 베키 류 스트래터지스트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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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키 류(Becky Liu) SC그룹 중국 투자전략가

      베키 류 스트래터지스트는 성장률이 다소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 자체를 의심할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가 향후 수년간 소폭 둔화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다만 이는 글로벌 경제의 둔화에 기인하는 것이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순증가율은 여전히 높은 폭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성장 폭을 보이는 나라입니다. 인도의 성장률이 가파르지만 절대적인 규모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명목 GDP로 따지고 보면 중국의 6분의 1 수준에 그칩니다."

      일단 중국 제조업의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입장. 중국 GDP가 6.9% 성장하는 가운데 제조업 성장률은 2.6%에도 못 미친다. 류 스트래터지스트는 "결국 중국의 국내 설비 과잉 문제에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개혁을 진행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조업 약세가 곧 중국 경제 침체로 등식화하진 않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서비스업 성장이 이를 상쇄시킨다는 설명이다. 서비스업 성장률은 8.6%에 달한다. 과거 3분기 동안 중국 GDP에 서비스업의 기여도는 10% 증가했고, 그 결과 서비스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8.5%로 늘었다. 중국의 중심 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일정 기간 침체는 불가피하지만 중국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13차 5개년 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GDP를 2010년 대비 2배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선 연평균 GDP 6.53% 성장율을 유지해야 한다. 류 스트래터지스트는 이를 위해 중국 정부가 통화 정책 대신 신용 확대를 통한 리레버지링(Re-Leveraging)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인민은행(POBC)의 단기유동성 금리 인하 결정 등 최근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이를 받쳐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또 진출하려고 하는 국내 제조업 기업의 전략은 유효할까. 류 스트래터지스트는 제조업 자체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외국 기업의 성장 여지는 있다고 봤다. 자유화 움직임의 취지가 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다국적 기업들을 만나 보니 중국에서의 사업 확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 진출도 꾀하려고 합니다. 서비스업과 관련한 장비 수요도 늘고 있어 관련 제조업체는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비용이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토지, 임대료뿐만 아니라 인건비 상승이 만만치 않습니다. 5~6년간 10~15% 증가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겁니다. 다만 제조업이 노동집약적에서 하이테크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으로 중국 채권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우량 장기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국내 금융권에 있어 중국 채권 편입은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꽤 괜찮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베키 류 스트래터지스트는 "중국 채권과 미국 채권의 상관 관계가 적기 때문에 투자 목표 차원에서 유용하다"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이익을 늘겠지만 자본손실로 이어지게 되는 반면 중국 채권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 수익률 곡선 상에서 만기 3~10년 사이 채권의 일드커브(yield curve)는 평평하지만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의 수익률 곡선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시중은행은 만기 10년 이내 채권, 보험사들은 예금을 주로 해왔지만 이제는 성과가 더 좋은 장기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거기에 정부의 연기금 관리도 시장 조성에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중국 중앙정부가 올해부터 중국 주요 연기금을 직접 관리하기로 했고, 내년에 이 방침이 대부분의 성(省)으로 확대된다. 중국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연기금들이 예금에서 채권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이고, 특히 고수익을 위해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투자자들의 투자 확대 촉매제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중국 투자자들의 외국 투자도 늘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위안화 평가절상이 더 이상 중국의 독보적 이슈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 투자자들의 투자가 다각화할 것이고 이는 글로벌채권 시장의 소유 구조에도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중국 투자자들이 3~5년간 주요 투자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딤섬본드 시장에서 그 모멘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3개월 간 딤섬본드 시장을 중국이 장악했습니다. 아시아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중국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