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거수기' 역할 그만…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7원칙 나왔다
입력 2015.12.03 07:00|수정 2015.12.04 11:00
    한국지배구조원·자본시장연구원 스튜어드십 코드 공청회
    英·日 참고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7원칙 공개
    명확한 정책 공개·지속적 감시와 대화·의결권 행사 지침 마련 등 포함
    •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강조하는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활동은 '명확하며 건설적인 목적을 지향하는 회사와의 대화다. 의결권 행사를 넘어 투자 대상 회사 점검, 이사회와의 협의, 주주제안 등 적극적 활동을 포괄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면 지배구조 개선·중장기 성장 도모를 통해 자본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렸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영하는 기관투자가가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 관여하도록 하는 행동강령을 뜻한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목적과 기본 방향, 원칙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주제 발표를 맡은 정윤모 연구위원은 "기관은 고객자산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해야 하지만, 2012~2014년 민간 기관의 주총 안건 반대율은 각각 0.4%, 0.9%, 1.4%에 불과했다"며 "기관들의 수탁자 책임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데다 투자대상 기업과의 이해상충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신탁법·자본시장법·국가재정법 등 국내 법규가 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을 세부적이고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의결권 행사 등 수탁자 책임 활동이 저조하기 때문에, 법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주제발표를 맡은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7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에는 ▲수탁자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정책의 제정·공개·문서화 ▲의결권 행사 지침 마련 및 공개 ▲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전문성 확보 등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담겼다.

      송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의무 규제가 아니라 코드에 서명한 기관만 따르도록 구성됐다. 시장 규율을 활용해 모범규준 방식으로 수탁자 책임을 다하도록 유인하자는 것이다. 이는 기관과 기업에 부담을 줄이며 현상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송 연구위원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한국 상장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기관으로서 자발적으로 이행 의사를 밝힌 자에게만 적용된다"며 "원칙 준수-예외 설명(comply, or explain) 방식이 적용돼 세부지침을 반드시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면 되도록 지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전 기존 법제도와의 상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 연구위원은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engagement) 과정에서 미공개 내부정보를 취득, 투자에 활용할 가능성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활동의 경우 대량보유보고시 특례(약식보고)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점 ▲기관 사이의 연대 활동은 특별관계자 적용을 받게될 수 있다는 점 등은 코드 도입 전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기관은 물론 기업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이현철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공청회 자리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코드를 도입하고 각 기관이 개별 역량과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 등 핵심 기관은 더욱 큰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