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영체제 '재시동' 건 현대중공업
입력 2015.12.03 07:00|수정 2015.12.03 07:00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긍정적'…3세 경영 본격검증 들어가
    "경영체제보다 손실 발생구조 탈피가 우선" 목소리도
    • 현대중공업그룹(이하 현대중공업)이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정기선 전무의 경영능력이 검증되면 현대중공업이 오너 경영체제로 회귀하는 과정을 밟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근본과제인 손실 발생구조 탈피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현대중공업은 11월말 부사장 6명, 전무 15명, 상무 36명을 승진시키는 후속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정기선 전무의 승진과 함께 40대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는 점에서 표면상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젊은 조직으로 바꾸려는 분위기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었다"고 말했다.

    • 현대중공업 경영진_1130 이미지 크게보기
      왼쪽부터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시장의 관심은 현대중공업이 오너경영체제로 선회할 것이냐의 여부다. 정기선 전무는 이번 승진으로 지난해 구원투수로 투입된 최길선 회장·권오갑 사장과 함께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기선 전무는 가삼현 부사장(사업대표)이 통솔하는 선박영업본부에서 조선·해양영업 총괄부문장을 맡게 된다. 정 전무는 기존에 맡아 온 기획실 내 재정·기획 총괄부문장도 겸직한다. 현대중공업은 그룹선박영업본부 산하에 상선과 해양플랜트 영업이 통합된 조직의 신설을 앞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7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지난 1988년 현대중공업 회장직을 내려놓았고, 2002년 현대중공업 고문직에서도 물러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기선 전무가 경영에 관심 있는 한 소유와 경영을 계속 분리해 놓을 순 없을 것"이라며 "정 전무의 경영능력이 검증되면 무리 없이 승계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사가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에선 경영 책임을 질 수 있는 오너 경영인의 존재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며 "대외적으로도 회사 신인도를 올리는 데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기선 전무는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으나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2013년 회사로 복귀한 정 전무는 다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정 전무의 경영무대 데뷔전은 긍정적이다. 정 전무는 지난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신사업 협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놓았다.

      정 전무가 다른 대기업 3세들과 차별화되는 점도 회사의 오너경영체제 재구축에 있어 주목할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3세들은 사업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반면 회사가 가장 어려울 때 경영에 뛰어든 정 전무는 회사 선임들의 경험을 전수받는 초기 경영수업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현대중공업이 경영체제보단 손실발생 구조 탈피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선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곳곳에 산재된 문제들을 수습해야하는 단계로 해양플랜트·상선 시황 모두 여전히 녹록치 않다"라며 "오너 체제 구축보다 흑자전환 구조를 형성해 시장 신뢰를 회복, 회사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선행 과제"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