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조인 현대중공업, 재조명 받는 현대오일뱅크 지분활용법
입력 2015.12.08 07:00|수정 2015.12.08 18:24
    내년 상반기 재무구조 개선 '집중' 전망
    사용가능 지분 많지 않아…현대오일뱅크 지분활용 주목돼
    • 현대중공업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보유 중인 현대오일뱅크 지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람코와의 협력 강화계획과 관련해 현대오일뱅크의 프리IPO 등 지분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활용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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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현대중공업은 말 그대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최근 창사 이래 최초로 전 계열사가 동참하는 긴축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그룹 계열사 전 사장단은 흑자 전까지 급여를 전액 받지 않기로 했고,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 불필요한 모든 사내외 행사와 각종 연수프로그램도 흑자를 달성하기 전까지 잠정 중단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지분 매각도 이뤄졌다. 2014년 KCC와 포스코 지분 매각으로 6750억원어치의 자금을 확보했고 올 들어서도 하반기에만 포스코, 현대자동차 지분 매각으로 1조2000억여원을 마련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장부가액 3조원에 육박하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으로 옮겨지고 있다.

      2011년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한 이후 매년 IPO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왔다. 하지만 올해도 무산되면서 5년째 답보상태다.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 호황기에 비해 정유사가 저평가돼 당분간 IPO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체결한 사업협력 MOU를 계기로 현대오일뱅크 지분 활용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MOU의 골자는 조선·엔진·플랜트·정유 등의 부문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아람코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현대오일뱅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프리IPO(상장 전 투자) 형식으로 아람코에 오일뱅크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다"며 “경영권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충분히 고려해볼 만 하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비상장주식인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13%를 보유 중이다.

      회사 측은 여전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활용안은 지난해 적자발생 이후 꾸준히 추측으로 언급돼왔다"라며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현실적으로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활용법 자체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 우선 영업을 통한 현금유입이 대폭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1년 5조원이 넘었던 현대중공업(연결기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2조원대로 추락했고, 올해도 마이너스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현대삼호중공업이 발주사의 해양플랜트 인도취소로 계획된 대금을 받지 못하며 재무부담이 가중되기도 했다. 내년에도 발주사들이 해양시설 인도를 지연 또는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 상선·해양플랜트 신규수주 전망은 모두 어둡다.

      유동성 확충을 위한 추가 자산 매각도 여의치 않다. 올해 지분 매각으로 현대자동차 지분은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250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같은 날 기준으로 현대상선(1576억원), KCC(1828억원), 현대종합상사(1465억원) 등 범현대가 기업의 지분을 합치면 5000억원에 못미친다. 현대오일뱅크가 유동성 확보를 위한 확실한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오너 경영체제에 재시동이 걸린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인사에서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의 장남 정기선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단은 전문경영인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결정권을 쥐고 있는 오너가(家)가 경영무대에 올라서면서 현대오일뱅크 지분 활용법을 검토하고 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