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텔·대만 TSMC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 선언
메모리·비메모리 모두 경쟁 거세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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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반도체 회사로 거듭난 삼성전자에 대한 외부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진원지는 중국이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堀起)를 내세우며 반(反) 삼성전자 세력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선 낸드플래시에서 2차 치킨게임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의 기술력 우위는 확고하지만, 과거보다 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릴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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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굳건히 했을 뿐만 아니라, 고전을 면치 못했던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중국에 의해 장은 다시 격변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2012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를 총괄하던 전동수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더 이상 치킨게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후발 업체의 진입은 없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불과 3년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의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7월 글로벌 D램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했다. 미국 정부의 반대로 인수에 실패하긴 했지만, 언제든 다시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낸드플래시 반도체는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을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1위 회사인 미국의 인텔을 비롯해 대만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도 진출을 모색한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14나노 핀펫 (FinFET)공정을 바탕으로 공정기술에서 글로벌 1위 TSMC를 따라잡았다.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6S용 모바일애플리케이션(AP)을 TSMC보다 높은 점유율로 공급하고 있다. TSMC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차기 아이폰 모델 AP 공급에 삼성전자가 얼마나 참여할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자체 설계 AP인 엑시노스는 외부 고객 확대가 과제다. 한 국내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엑시노스의 탑재가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칭화유니 그룹은 반(反) 삼성진영에 선봉에 섰다. 국영기업 성격이 강한 칭화유니 그룹은 막대한 자금력과 더불어 글로벌 업체와 지분 관계를 통해 협력 관계를 형성했다. HP는 칭화유니 그룹의 네트워크 회사인 H3C의 지분 51%를, 인텔은 칭화유니그룹 반도체 부문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인텔이 중국을 거점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는 배경도 칭화유니그룹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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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자본 ‘러브콜’이 거세다. TMSC의 모리스 창 회장은 “중국기업이 대만업체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대만 정부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 대만 반도체 업체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국내 증권사 연구원은 “중국과 대만의 반도체 업체가 서로 손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삼성전자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업계 내에선 당분간 삼성전자에 큰 위협요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메모리 분야에선 후발 업체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이상의 격차가 나는 데다,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론 후발 업체들이 위협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앞으로 빅데이터 시대에 성장 가능성이 큰 낸드플래시의 경우 D램보다는 상대적으로 기술 격차를 줄이기 쉽다. 업계 내에서도 PC와 모바일 수요 감소로 D램 반도체 성장 정체가 예상되는 만큼, 낸드플래시 경쟁력 우위 확보가 중요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나서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로선 부담스런 부분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주력 산업들이 중국 업체의 시장 진출 이후 공급과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반도체 기술력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는 하나, 중국업체의 진출은 삼성전자에도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의 우려에 대해 삼성전자는 기술력 우위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부가 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후발업체와의 경쟁에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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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2월 03일 08: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