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배구조상 중요도 낮은 데다 계열사 간 시너지 안 보여
잇단 매각설에 회사 분위기는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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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관계는 특별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라이벌이자, 지난 10년간 시장점유율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숱한 얘기들을 쏟아냈다. 그 과정에서 두 회사는 혁신적인 마케팅과 상품개발로 업계를 선도했다. 숫자카드와 해외 유명 스타 콘서트 등 문화마케팅은 금융권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혁신적인 마케팅 사례로 연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올해 이들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카드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면서 업계 내 영향력 유지는 고사하고, ‘생존’마저 걱정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할 계획이다. 업계 전체적으로 6000억원 이상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올해 순이익대비 10% 이상의 수익 감소가 점쳐진다.
최근 불고 있는 핀테크 열풍도 잠재적인 위협요인으로 부상했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삼성페이 등 IT 기업의 결제 플랫폼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은 수수료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향후 시장이 커질 경우 카드사에 일정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 애플페이는 서비스 초기부터 카드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있다.
기업계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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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서 한계점은 부각됐다.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 발급은 3만장이 감소했지만, 체크카드는 300만장 이상 증가했다. 체크카드 발급의 대부분은 은행계 카드사에 집중됐다. 기업계 카드사가 체크카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수준에 불과하다. 예금에 바탕을 둔 체크카드는 은행이 판매에 유리하다.
그룹 내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GE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보유 지분 43%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캐피탈과 달리 현대카드 지분에 대해선 아직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영권이 없는 주식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타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마땅치 않아 지분 매입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매각설로 시끄럽기도 했다.
삼성카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10년만 하더라도 삼성카드는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였다.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포함해, 제일모직·삼성엔지니어링·삼성정밀화학 등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다. 당시 신세계의 삼성카드 인수설이 불거졌지만, 회사 측은 지배구조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12년, 삼성그룹이 사업재편에 나서는 과정에서 삼성카드는 순환출자고리의 말단에 위치, 지배구조상 중요성은 떨어졌다. 현재 삼성카드가 보유한 지분은 4% 미만의 에스원·제일기획·호텔신라 지분이 전부다. 대주주인 삼성전자·삼성생명과도 이렇다 할 사업적인 시너지는 없다.
사내 분위기는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매각설과는 별개로 그룹 내 위치나 영업환경이 과거보다 악화되다 보니 직원들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인력 이탈 우려도 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삼성카드가 타 금융계열사 대비 젊은 조직이라 회사가 어려워지면 직원들의 이탈 유인도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두 회사 모두 신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내년엔 카드업은 물론 금융업 전반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재계 전반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슬림화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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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2월 0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