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시멘트 잇딴 대화 제의…채권단은 "신뢰 깨졌다"
입력 2015.12.11 07:00|수정 2015.12.11 07:00
    채권단에 "조정으로 풀자" 의사 수차례 전달
    채권단 "너무 늦었다…본입찰 예정대로"
    태평양시멘트, 매각 강행되면 손쓸 방도 없어
    • 쌍용양회 동해공장 전경(사진=쌍용양회) 이미지 크게보기
      쌍용양회 동해공장 전경(사진=쌍용양회)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 채권단에 '대화로 풀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본안 소송 첫 변론이 진행되기 전 법원에서 조정하자는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은 '신뢰가 무너졌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 "조정 하자" 변론 전부터 제의…채권단 "이유 없다" 거절

      태평양시멘트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에서 열린 우선매수권 지위 확인 소송 변론에서 법원에 조정을 요청했다. 시비를 가리기 전 대화를 통해 해결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서울법원조정센터에 조정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태평양시멘트는 앞서 지난달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협상을 제의하며 법원에서도 조정 절차를 밟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무리한 매각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담았다.

      채권단은 태평양시멘트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모두 거절했다.

      ◇ 태평양시멘트-채권단 "서로 할말 많다"

      이미 양측의 신뢰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채권단은 채권단 나름대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된 우선매수권 협상 과정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태평양시멘트는 채권단이 우선매수권 행사 의사를 밝혀달라고 요청한지 4개월만인 지난 3월에야 '공개매각을 중단하라'는 입장만 전해왔다.

      가격과 인수 수량 등 구체적인 조건 제시는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6월에야 이뤄졌다. 그 사이 채권단은 답변을 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제시받은 조건도 도저히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입장이다.

      태평양시멘트도 할말이 있다. 태평양시멘트는 지난 2005년 채권단 협의서를 통해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이 협의서는 당시 채권단의 지분 매각 시도에 맞서 코트라·금융감독원 등에 진정서를 내는 등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게 태평양시멘트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채권단이 이 협의서에 대해 "채권단 내부 합의에 불과했다"며 말을 바꾸고, 지분 인수 조건을 제시한지 일주일만에 전격적으로 우선매수권을 박탈한 걸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 ◇ 판세 불리한 태평양시멘트…'대화' 외 경영권 보장 방도 없어

      서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그래도 태평양시멘트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시도하는 건 판세가 불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매수권은 법률적으로 '채권적 권리'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서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채권단은 패소할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만 하면 된다. 이 손해배상 역시 소송을 통해 액수를 확정해야 한다.

      채권단이 일단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고 나면 태평양시멘트로선 이를 복구할 수단이 사라진다. 배상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다.

      태평양시멘트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태평양시멘트 관계자는 "우선매수권 소송 승소 후 손해배상 소송까지 간다면 서로에게 좋지 않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조정 신청을 한 건 당사자간에 허심탄회한 대화의 기회를 갖고 원만하게 해결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쌍용양회 지분 매각 본입찰은 오는 22일 진행된다. 한앤컴퍼니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한일시멘트·라파즈한라시멘트·유진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