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기업' 선언한 LG, 체질변화 분수령
입력 2015.12.18 07:00|수정 2015.12.18 07:00
    '블루 오션' vs '너무 늦었다'…전략 평가 갈려
    내년도 기존사업 실적 개선은 과제…'AA'등급 유지에 전략 성패 달려
    • 뚜렷한 성장 전략이 없다고 비판받아온 LG가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자동차부품·태양광 등 신사업을 기반으로 한 '기업간거래(B2B)' 기업으로의 체질 변화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지만 내년이 전략 성패의 분수령(分水嶺)이 될 것이라는 점엔 의견이 모이고 있다. 기존사업 수익성을 개선해 신사업 시장이 열리는 내후년까지의 투자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그룹의 고민거리인 LG전자의 부진은 올해도 이어졌다. 모바일(MC) 사업본부는 2분기 영업이익 2억원에 그쳤고, 3분기에는 적자 전환했다. LG전자의 실적발표회장에선 “향후 성장 전략이 무엇이냐”는 투자자들의 질책이 이어지기도 했다. 가전, 디스플레이 사업에선 중국 업체의 부상(浮上)으로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 내수에서 캐쉬카우(Cash Cow) 역할을 해오던 LG유플러스는 통신산업의 성장 둔화로 고민에 빠졌다.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촉발된 유선통신 시장 변화에도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못했다.

      LG는 체질변화를 전략으로 제시했다. 기존 소비재 위주(B2C)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자동차부품·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 신사업을 기반으로 한 B2B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B2B사업은 B2C보다 진입장벽이 높지만,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LG 관계자는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B2B 사업을 가속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사에서도 방향전환이 드러난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LG 내 신사업추진단에 배치해 전략 총괄을 맡겼다. 사장 승진자 8명 중 6명이 B2B 관련 사업부에서 배출된 점도 그룹 전략 변화를 뒷받침한다.

      산지브 라나 CLSA 연구원은 “그룹 주력 사업이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이익률 감소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블루오션을 찾았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전략 제시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룹의 장기적 전략이기보단 주요 계열사의 이익 저하라는 상황에 대응하는 ‘전술’ 차원에 그쳤다는 시각이다. 주요 계열사 실적이 좋고 내부현금이 충분함에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 전략을 펴는 삼성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기대와 우려가 나뉘지만, 내년이 LG의 전략 성패의 분수령이란 점에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 LG그룹은 내후년부터 신사업이 실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이 기존 사업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투자비용을 버텨내야 하는 과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자동차부품, 태양광 등 신사업이 모두 높은 잠재력 가지고 있지만, 당분간 미미한 시장규모로 큰 이익을 내기 어렵고 투자는 지속해야 하는 사업들”이라며 “신사업을 하더라도 기존 사업의 수익성은 유지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크레딧 시장의 냉정해진 시선은 변수다. 국내에선 LG 주요 계열사의 ‘AA’ 등급 유지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지난 10월 주요 사업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LG전자의 등급(BBB)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등급 하향은 조달 비용 증가를 불러온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주식은 기대감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크레딧은 기대감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내년에도 기존사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다면 LG전자 등 주요계열사의 등급조정 이슈가 있을 것”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