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공작기계 인수전, 불완전하지만 준비는 '일단락'
입력 2015.12.21 07:00|수정 2015.12.21 13:50
    MBK파트너스, 인수금융 LOC 발급 완료
    SCPE, 인수준비 막바지 단계
    공작기계 희망퇴직…"핵심인력 유출 우려"
    예상 거래가격 1~1.2조원 범위
    • 오는 21일,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BG(Business Group)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예정된 가운데 인수전은 예상대로 MBK파트너스와 SC PE의 대결로 압축되는 모습이다. MBK파트너스는 현대증권과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를 발급받았다. SC PE는 막바지 조율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거론됐던 중국·일본·대만 등의 전략적투자자(SI)들은 발을 뺐거나 한 발 물러나있다. SI들은 인수후보가 되긴 어려웠다. 전세계를 돌며 진행해야 할 기업결합신고 때문이다.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당장 돈이 필요한 두산인프라코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간이다. PE가 먼저 인수하고 PE가 SI로 매각하거나, 향후 함께 투자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SI가 인수하려면 계약금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거나, 인수 완료까지 두산인프라코에 금융지원을 한다면 가능할 수는 있다.

      인수 후보인 PE들에 대한 금융권의 인수금융 지원금액은 5000억~6000억원 내외에서 결정됐거나 될 예정이다. 이를 감안하면 PE들은 인수가로 1조원 내외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1조5000억원 이상을 원하는 두산그룹의 기대와는 괴리가 있다. PE가 추가 지분출자를 한다고 해도 1조2000억원을 넘기긴 어렵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전망이다.

      공작기계BG 매각은 거래 가격뿐 아니라 실사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상각전이익(EBITDA) 전망치 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인수후보들이 받은 자료가 부실했고, 매각 대상에 대한 부채를 비롯한 재무관련 정보도 명확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사전에 제공된 주식매매계약서에는 인수자에게 불리한 조건들이 가득했다고 전해진다. 일부 인수후보 가운데는 불확실성과 불합리성을 이유로 인수 추진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중인 희망퇴직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내부에서는 PE들의 요청으로 공작기계 사업부 인원 300여명가량을 희망 퇴직시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300명을 퇴직시킬 경우, 공작기계BG의 연간 기대 EBITDA를 약 300억원 상승하게 되고, PE들이 그만큼 가격을 더 쳐주겠다는 의사를 두산그룹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인수후보들과 인수를 검토했던 PE들 사이에선 '이번 희망퇴직으로 핵심 인재가 나갈 경우, 인수 후 회사 운영이 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PE들이 금융회사로부터 지원받을 인수금융금액을 보면 구조조정을 인수가격 상승 요인으로 평가하는 것 같지도 않다.

      두산인프라코어 한 직원은 "회사에 대한 희망과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에 재취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위로금을 받고 나가려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 인수후보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저성과자에 대한 구조조정이 아닌, 인력 채우기식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인수 후에 회사 수습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작기계BG를 인수했을 때 누구와 함께 일하게 될 지조차 불명확한 시점"이라며 "인건비를 줄여 EBITDA를 올린다고 해도 이를 그대로 인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인수 후보들이 제시한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을 철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신용등급 하락과 업황 침체로 금융회사들이 여신 축소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1년 내에 상환해야 할 차입금이 1조9620억원에 달한다. 2017년에는 지난 2012년에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영구채에 대한 콜옵션 행사 여부도 결정해야 하며, 6500억원의 회사채도 만기 도래한다.

      매각 측은 이달 내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년에 매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한편 제3의 인수후보가 나타날지 여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