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암코-주주은행, 구조조정 대상 기업 놓고 불협화음
입력 2015.12.24 07:00|수정 2015.12.24 07:00
    은행들 “사전협상 없었고 굳이 유암코에 맡길 필요성 못 느껴”
    • 구조조정전문회사 역할을 맡은 유암코가 인수 대상 선정에 나선 가운데 유암코의 주주은행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당사자인 은행과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구조조정 역시 유암코에 기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유암코는 인수 기업을 내정하고 국내 주요 회계법인들에 평가 실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르면 이달 안에 대상을 확정한 후 인수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조업체들이 물망에 올라있는데, 모두 유암코 주주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주은행들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앞서 나간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유암코가 인수대상을 확정하더라도 채권은행들이 매각 의사가 없으면 무의미한데, 매각과 관련한 사전 교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수대상으로 거론된 기업의 채권은행 관계자는 “유암코가 임의대로 인수대상을 정해서 실사를 추진하는 것 같은데, 은행에 관련 사실을 알려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유암코가 인수의사를 밝히거나 실사를 위한 정보 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암코를 통한 구조조정 필요성에도 회의적인 반응이 있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회사를 신설하는 대신 유암코의 구조조정 기능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이어진 지적이다. 그 간의 공로를 유암코에 넘기지 않겠다는 의중도 깔려 있다.

      은행 관계자는 “유암코 주주은행으로서 최소한의 협조는 하겠지만 유암코에 관리기업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며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잘 진행해왔고 채권회수 가능성도 큰 기업인 경우라면 더더욱 유암코에 기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유암코가 인수 대상을 확정하고 주주은행과 매각 협상에 나서게 되더라도 양측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하는 은행과 되도록 싸게 사야 하는 유암코의 이해관계가 부딪힌다.

      은행 관계자는 “유암코는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은 물론 해당 기업의 지분까지 인수해야 하는데, 지분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어차피 유암코가 제 값을 쳐줄 것도 아니고 강제성도 없기 때문에 유암코 식 구조조정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주주은행의 시큰둥한 반응 속에 유암코도 기대만큼의 추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유암코와 은행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인수대상이 계속 바뀌고 있다”며 “최초 12곳의 기업을 잠재 인수기업으로 꼽았으나 최종 대상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주은행과 부실채권(NPL) 업계에 따르면 유암코는 선박 구성부분제품 제조사, 금속제품 제조사, 플랜트 제조사, 제지업체 등 4곳가량의 업체를 인수대상으로 예정한 상태다. 인수 대상으로 거론됐던 현대시멘트는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