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KAI 주주 지분 거래 가능성에 '촉각'
입력 2015.12.28 07:00|수정 2015.12.28 07:00
    주주 구성·지분 변동이 매각 구도에 큰 영향
    두산계열 디아이피홀딩스 5% 매각 '의지'
    한화나 현대차가 인수하면 産銀 전량 매각 힘들수도
    • KDB산업은행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주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내년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주주 구성이나 지분율 변동이 매각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까닭이다.

      KAI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26.75%)은 내년 초 지분 매각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동매각기한을 연장하지 않아 단독 매각이 가능해진만큼, 가급적 빠르게 거래를 진행해 내년 상반기중 결론을 내겠다는 복안이다.

    • ◇ 디아이피홀딩스 지분 먼저 매각할 듯

      산업은행이 매각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쓰고 있는 변수는 한화테크윈·현대자동차·다이이피홀딩스(㈜두산 100% 자회사) 등 다른 주주들의 지분 매각 혹은 인수 가능성이다. 세 주주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5%로 산업은행 지분율에 육박한다.

      산업은행은 디아이피홀딩스가 가장 먼저 움직임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동매각기한 연장에 긍정적이었던 디아이피홀딩스는 하반기들어 조속히 지분을 매각하고 싶다는 뜻을 주주협의회에 전달해왔다. 두산그룹의 재무 불안정이 배경으로 꼽힌다.

      디아이피홀딩스가 지분을 대량매매(블록세일) 형태로 시장에 분산 매각한다면 이는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에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한화테크윈이나 현대자동차에 매각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분 15%를 보유한 유력 인수 후보가 탄생한다. 특히 방위산업 확대에 뜻을 보이고 있는 한화테크윈이 이름이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방산업체라는 특성 때문에 후보군이 제한된 상황에서 유력 후보의 등장은 산업은행 지분 매각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2013년 입찰에 참여했던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은 재무 불안으로 내년 진행될 매각에 참여할 여력이 있을 지 의문시된다.

      ◇ '유력 후보'가 협상 주도권 가져갈 가능성도

      반면, 상당한 지분을 사전 확보해 '협상력'을 갖춘 후보가 산업은행 보유 지분 매각 과정에서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데 지분 15%를 확보한 후보가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일부 지분 인수만 제의한다면 산업은행은 곤란한 입장이 된다.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3년 내 비금융자회사 지분을 전부 매각해야 한다. KAI 지분 역시 일괄매각을 전제로 매각을 준비 중이다.

      산업은행이 지분 15%만 분할매각한다고 가정했을때, 잔여 지분의 시장 가치는 8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보호예수(Lock-up) 기간을 설정해가며 매각한다면 시장에서 모두 소화시키는 데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물량부담(오버행)으로 주가의 불안정성도 커진다. 산업은행이 취하기 쉽지 않은 선택지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다른 세 주주가 지분을 모아 매각의 판을 틀어버릴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는 크지 않다. KAI를 소관하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매각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모호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부는 특정 주주가 KAI 지분 10% 이상을 취득할 때 이를 승인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AI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어쨌든 산업은행 지분을 인수해 가야한다"며 "공동매각기한 종료 이후 주주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