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잔혹사' 미래證, 대우證 안고 끝내나
입력 2015.12.28 07:01|수정 2015.12.28 07:01
    [미래에셋, 대우증권 인수②]
    시너지 전망 상당부분 해외에 할애
    미래에셋 해외진출은 주로 운용이 담당
    "대우證 네트워크 활용해 글로벌 IB로"
    •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해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해외사업이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해외 진출을 타진했지만, 후퇴를 반복하며 미래에셋자산운용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사업 부문에서는 자산운용에 특화한 미래에셋증권과 투자은행(IB)·트레이딩이 강한 대우증권이 비교적 잘 조합된다는 평가다. 다만 큰 덩치에 걸맞는 사업 청사진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1일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입찰제안서에서 향후 사업 구상의 상당 부분을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할애했다. 산업은행의 영업망을 바탕으로 글로벌 네크워크를 쌓아온 대우증권을 통해 아시아 최고 증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 미래에셋증권이 현재 운영 중인 해외 거점은 총 5곳이다. 이 중 미국법인과 상하이사무소는 각각 직원 수가 4명, 2명에 그친다. 가장 자본 규모가 큰(2495억원) 홍콩지점은 2013년 인력을 28명에서 절반으로 줄이고 기능을 축소했다. 현재 10명이 근무 중이다. 런던지점은 2013년 영업을 중단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3분기까지 해외 거점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수익은 200억여원에 그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오래 전부터 미래에셋증권을 '글로벌 IB'로 키우고 싶어했지만, 네트워크와 자본 부족으로 큰 성과는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미래에셋증권이 주춤하는 사이 미래에셋금융그룹의 해외 진출은 주로 미래에셋운용이 맡아왔다. 미래에셋운용은 세계 12개국에 거점을 운용 중이다. 2011년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호라이즌을 인수하며 캐나다·호주·콜롬비아에도 진출했다. 80조원의 운용 자산 중 18조원가량을 해외에서 직접 운용한다.

      미래에셋운용은 부동산 대체투자로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 2006년 상하이 미래에셋타워를 필두로 브라질 상파울루 파리아리마4440,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호텔, 하와이 페어몬트 오키드 리조트 호텔 등 지금까지 8곳의 대형 부동산을 인수했다. 2800억여원에 인수한 상하이 미래에셋타워의 가치는 현재 1조원을 호가한다는 게 미래에셋운용의 설명이다.

      대우증권 인수는 그간 미진했던 증권의 해외 진출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으로 미래에셋은 기대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산업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따라 홍콩·런던은 물론 도쿄·인도네시아·몽골 등이 지점 및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은 물론 운용과도 지역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 대우증권 인수로 늘어난 자본력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투자를 늘려나가겠다는 게 미래에셋의 복안이다.

      다만 해외 진출 과정에서 넘어야할 장벽도 있다. '미래에셋의 해외 진출 확대'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2007년 출시한 '인사이트펀드'의 오명은 극복해야할 숙제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의 기치를 내걸고 탄생한 인사이트펀드는 2007년 10월 출시된 후 2달만에 4조7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중국 일변도의 투자에 금융위기가 겹치며 2008년 연간 수익률이 -51.33%를 기록, 반토막 펀드의 대명사가 됐다.

      인사이트펀드는 지난해 11월 7년만에 원금을 회복(주식혼합 종류A 기준 설정 이후 수익률 +0.33%)했다.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은 +2.49%다. 중국 일변도에서 탈피해 미국 55%·일본 9.8%·인도 6.5% 등으로 지역별 투자 비중을 다변화한 덕분이었다.

      비교적 청사진이 뚜렷한 해외와 달리, 국내 부문의 시너지 방향은 아직 안갯속에 있다는 점도 증권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자산관리에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IB·트레이딩·브로커리지가 강한 대우증권이 사업적으로 융합이 가능하긴 하지만, 실제 운영이 어떻게될진 미지수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본과 인적자원이 크게 늘어나지만 그 자원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어 당분간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결국 박현주 회장이 어떤 방향에 힘을 실어주고 자원을 집중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국내 사업 시너지는 인수 후 임원 인사 발령과 조직개편 추이를 봐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재=투자금융팀 이재영·이서윤·위상호·한지웅 인베스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