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카드가 많다"…현안에 답 못 내놓은 박현주 회장
입력 2015.12.29 07:00|수정 2016.01.05 14:53
    글로벌 증권사 전략에 대해 "금융 삼성전자" 언급만
    대우증권 합병 자사주 처리 방안 "염려말라"
    합병 미래대우증권 통한 미래에셋생명 지원 가능성, "변액보험 1위" 강조
    호텔 투자에 대해선 구체적 수치 제시하며 설명 '대조'
    •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28일 간담회에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미래 청사진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는 1시간30분여동안 상기된 얼굴로 '새로운 생각'과 '큰 꿈', '불가능한 상상'에 대해 말했다.

      그 말속에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정확한 구상을 파악하기 위해 비슷한 질문이 수차례 이어졌다. 그럼에도 대답은 항상 비슷했다. 시장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거나 "여러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모호한 대답으로 비켜갔다.

      박 회장은 두 증권사의 시너지에 대해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자산관리 역량과 대우증권의 리서치·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중국 주식을 미래에셋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냐는 질문엔 '금융의 삼성전자'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규모만 크다고 되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직원간 공통분모가 중요하다"며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드려면 상상의 힘을 믿고 불가능한 상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에 대해 "가능한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자사주 발생과 지배지분 희석에 대해 수많은 검토를 거쳤을 것임에도, 시원한 대답을 내놓은 건 꺼렸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현재 주가 수준에서 합병할 경우 최대주주 미래에셋캐피탈의 합병 증권사 지분율은 현재 36.2%에서 14.6%로 줄어든다. 또 보통주 지분율 기준 25.7%(1조4300억원)규모 자사주가 발생한다.

      박 회장은 "합병 증권사의 지분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얼마나 늘릴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자사주 처분 방향에 대해서도 말 끝을 흐렸다. 그는 "미래에셋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괜찮다"며 "염려 않으셔도 된다"고만 말했다.

      대우증권을 통한 미래에셋생명 지원 가능성에 대해선 '미래에셋생명을 지원한다'는 표현에 거부감을 보였다. 시장의 우려에 대해 그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시 미래에셋생명에 추가로 필요한 자본은 3000억~5000억원선"이라면서도 "미래에셋생명은 좋은 회사인데 (시장에서) 분석을 잘못하고 계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가져가려고 한다"며 "미래에셋은 법을 지키는 회사"라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회장이 억울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와 비전이 섞인 답변이 이어졌다. 호텔 대체투자와 관련한 부분이 대표적이었다. 그는 왜 관광업을 성장산업이라고 생각하는지 "중국 전체 인구의 4%만이 여권소지자"라는 등 현황과 사례를 통해 정당성을 설명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수 차례에 걸쳐 "마음속에 품고 있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예정된 질의응답시간을 30분 이상 넘겨가며 원고지 50장 분량의 발언을 쏟아냈지만, 그가 품고 있던 말 중에 시장에서 정작 듣고 싶었던 말은 많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