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웃은 정유업계, 설비과잉은 '난제'
입력 2015.12.31 07:00|수정 2016.01.04 21:54
    저유가 및 정제 마진 확대 내년도 유지 전망
    글로벌 설비 공급 과잉 문제 등 근본적 '과제' 남아
    • 정유업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저유가와 정제 마진 확대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국내 정유업계가 글로벌 설비 공급과잉 등 근본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개선에 나서지 못한 점은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해 큰 폭의 재고평가손실로 수익성이 꺾였던 주요 국내 정유업체들은 올해 정제 마진이 개선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2011년 이후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개선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재무안정성도 높아졌다. 정유사들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20조원에서 올해 9월말 13조원까지 축소됐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같은 기간 16.7배에서 2.3배까지 개선됐다.

      노지현 NICE신용평가(이하 NICE신평) 연구원은 “정유 업체들이 올해 유가 하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을 겪었지만,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인한 정제마진 확대가 동반해 영업수익성·현금흐름·재무안정성 모든 측면에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 저유가 및 정제 마진 확대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납사·휘발유 등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 개선이 정제 마진 확대를 이끌어 낼 것이란 분석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연료비 절감 효과로 납사크래커(NCC) 경쟁력이 회복하면서 원재료인 납사 수요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저유가의 영향으로 휘발유 수요 증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의 근본적 경쟁력에 대한 고민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금의 호황은 알래스카의 여름”이라며 낙관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특히 정제설비의 구조적 공급과잉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될 시급한 고민이다. 올해는 유가하락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 정제 처리량이 설비증가를 상회해 공급과잉이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글로벌 정제설비의 구조적 공급과잉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향후 유가 재반등과 같은 변수로 정제 처리 시설의 가동률이 위축된다면,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정제마진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노 연구원은 “현재 석유제품 수요 확대에 핵심요소가 가격이다 보니 유가 반등으로 제품가격 상승시 정제마진 축소 위험이 상존한다”며 “유가 변화 및 정제마진 변동 방향성에 맞춰 각 정유사들의 신용등급 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