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사태도 감지 못했는데…실효성 의문
적발한다 해도 처벌수준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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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2016년에 집중감리할 회계 이슈를 선정했다. 회계오류에 취약한 분야를 연말 결산 전에 예고해 상장사들이 재무제표 작성단계에서 신중을 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장의 기대는 크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사태로 금감원의 회계감리 시스템이 오작동됐음이 드러났다. 금융당국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구조적 문제가 크다는 분석이다.
◇ 감리대상 폭 넓어졌지만…실효성은 '글쎄'
금융감독원은 2016년에 ▲미청구공사 금액의 적정성 ▲비금융자산 공정가치 평가 ▲영업현금흐름 공시의 적정성 ▲유동·비유동 분류의 적정성 등 네 가지 회계 이슈를 '테마감리'하겠다고 나섰다. 회계에서 감리는 감사의 다음 단계로 금융당국이 회계법인들이 검수한 재무제표를 한 차례 더 들여다보는 과정을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언론에서 이슈로 제기됐거나 감리과정에서 지적된 사항들 및 시장변화를 고려해 네 가지 테마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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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우선 미청구공사금액 변동성, 매출액·수주금액 대비 비율, 초과청구공사금액 등을 고려해 감리대상 회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비금융자산의 공정가치가 아닌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사례도 테마감리 대상이다.
인건비를 투자활동으로 처리해 영업현금흐름이 양호한 것으로 처리하는 오류에 대해서도 경고음을 울렸다. 취약업종뿐 아니라 호실적을 보이는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부실회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경고음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의 수 조원 적자의 단서가 된 미청구공사는 금감원이 2014년에 테마이슈로 선정한 '단기공사진행률'과 연관이 있었다. 이러한 사전예고에도 부실기업들의 수는 늘어만 갔다.
감리과정에서 부실회계가 적발된다 해도 처벌수위가 약하다. 기업들이 테마감리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지난 2013년 3800억원의 분식회계를 일으킨 대우건설은 1여년이 넘도록 감리를 받았다. 그러나 과징금은 고작 20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한계기업들은 주채권은행의 실사과정을 통해 부실이 드러난터라 테마감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몇몇 회사만 지적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감리인력 턱없이 부족…금융당국에만 의존하는는 감리시스템도 문제
금감원의 감리조치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인력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상장사 수는 2000개에 달한다. 반면 금감원 내 감리인력은 200여명이 고작이다.
재계 관계자는 "매번 인력부족이 문제시되지만, 인력확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금감원이 뭇매를 맞을 것을 대비해 매년 면피용으로 회계 이슈를 선정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감리 시스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국 등의 선진국들은 법원·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부실회계를 적발하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부실회계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을 때 금융당국이 직접 고발을 접수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들어갈 수 없었다"며 "미국은 이러한 경우, 금융당국이 법원에 소송을 걸어 법원판결에 따라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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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2월 2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