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PE, '월드키친 공동인수' 제안…이랜드 '거절'
입력 2016.01.11 09:07|수정 2016.01.12 10:33
    월드키친 중국 매출 급성장, 중국 유통망 갖춘 이랜드그룹에 러브콜
    이랜드 "지금 M&A 했다가는…미래에셋PE에 거절의사"
    • 미래에셋자산운용 프라이빗에쿼티(PE)가 휠라코리아와 미국 골프용품업체 아큐시네트를 인수했던 경험을 살려 이랜드그룹에 '월드키친(World Kitchen)' 공동 인수를 제안했다.  월드키친은 코렐, 파이렉스, 코닝웨어 등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주방용품업체로 대주주인 사모펀드(PEF)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제안에 이랜드그룹은 "현재 M&A를 할 형편이 안 된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월드키친 인수를 추진해온 미래에셋PE는 이랜드그룹에 공동 인수에 관한 제안했다. 미래에셋PE는 지난해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하기로 결정한 국민연금에도 '이랜드와 함께 월드키친을 인수하겠'고 설명한 상태. 미래에셋측은 이랜드가 패션 사업으로 중국에서 성공을 거뒀고 중국 전역에 깔린 유통망을 활용해 중국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월드키친은 북미지역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2~3년 사이에는 우리나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이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4년에 아시아 비중이 20%에 달했다. 중국에선 유리 소재의 주방용품 '비젼'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월드키친 예상 거래가격은 약 5억달러 정도로 거론되고 있다. 미래에셋PE는 인수자금의 절반 가량은 미국 현지에서 조달하고, 지분투자금액은 미래에셋PE와 이랜드그룹이 나눠 부담하는 형태로 인수 구조를 제안했다. 이랜드그룹은 1500억원 내외를 출자해야 한다.

    • 이와 관련 이랜드그룹은 "미래에셋PE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미래에셋PE이 함께 인수하자는 제안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랜드그룹과 주방용품 사업이 어울리지 않고 현재 그룹의 재무사정을 보면 M&A에 나설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이랜드그룹의 주력 계열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BBB+에서 BBB로 낮추고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2014년말 3조5000억원이었던 이랜드월드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지난해 9월말에는 4조3000억원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1년 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이 60%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이랜드리테일이 SSM사업부인 킴스클럽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한신평은 "킴스클럽 매각만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며 "자산매각,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확실한 재무 안정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지금 M&A를 한다고 하면, 그 규모에 관계없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잘 알고 있다"며 "월드키친 인수 논의는 끝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현재까지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참여자들은 미래에셋PE와 이랜드그룹이 함께 인수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PE가 이랜드를 다시 설득할지, 아니면 다른 SI를 확보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동종업체인 락앤락은 이미 거절의사를 밝힌 상태다.

      지난 1998년 코닝에서 분사한 월드키친은 2002년 파산·부도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현재는 사모펀드인 더블유캐피탈파트너스와 오크트리캐피탈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는 1990년에 들어왔다. 월드키친 매각은 모건스탠리가 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