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자금조달, 다시 채권에서 주식으로
입력 2016.01.12 07:00|수정 2016.01.14 10:13
    바이오 계열사 속속 상장 준비…엔지니어링 유증까지
    회사채 시장, 삼성물산發 차환 물량 주관 기대
    • 삼성그룹의 자금조달 무대가 채권시장에서 다시 주식시장으로 이동한다.

      신수종 사업에선 신규 투자자 유치를 통한 자금 확보를, 비우량 계열사는 시장 신뢰도를 다시 쌓기 위한 수혈 작업에 들어간다. 회사채 발행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삼성’ 프리미엄은 여전해 삼성물산 등의 차환 물량에 대한 증권업계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지난 2014년, 제일모직과 삼성SDS 상장 이후 2년만에 삼성이 주식자본시장(ECM)에서 주목 받고 있다. 그룹이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하려는 바이오산업 계열사들이 국내외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외국계 투자은행(IB) 4곳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공모 규모는 대략 2조원 정도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첫 개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브렌시스를 국내에서 출시했고, 곧 유럽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바람몰이’가 시작된 셈이다.

      국내 금융업계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화제다. 당초 삼성바이오에피스처럼 미국에서 상장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 상장 가능성이 언급된 이후 국내 IB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내 대형증권사 IB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지만 국내 상장 가능성은 높게 점치고 있다”며 “2년만에 나오는 삼성그룹의 대규모 IPO건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건설부지 면적 9만7000㎡의 건설부지에 8500억원을 들여 제3공장을 짓는다. 단일 바이오 플랜트로는 세계 최대인 18만리터 설비규모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효율성을 갖춘 시설로 건설될 예정이다. 회사는 남은 부지에 4, 5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상장 외에 회사채 발행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비우량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수혈 작업도 눈 앞에 두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는 2월 1조2000억원대 규모의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공모 참여 소식에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는 4분기 실적은 변수로 꼽힌다. 그밖에 직접적인 자금 조달 목적과는 무관하지만 삼성SDI 등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계열사들의 ‘합병 삼성물산’ 지분 매각도 대기 중이다.

    • 회사채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예전만 못할 전망이다. 조선, 건설 등 업황 불황이 이어지는 기업들의 발행 환경이 악화한데다 꾸준히 발행 해 온 계열사들은 그룹 내 합병이 이뤄지거나 다른 그룹으로 매각됐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전자 계열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기존 발행 기업들은 신규 발행 건보단 차환 발행이 주를 이룰 것으로 IB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2016년 만기도래하는 삼성 비금융계열사 회사채 규모는 1조7300억원이다. 삼성물산이 88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SDI(50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2000억원), 호텔신라(1500억원)가 뒤를 잇고 있다.

      증권사 채권자본시장(DCM) 관계자는 “그룹 내 존재감, 만기 물량 등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의 차환발행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룹 전체 발행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이다보니 시장 내 존재감도 줄겠지만 삼성 프리미엄은 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