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성장통 피하려다 자라지도 못하고 늙은 아이"
입력 2016.01.12 14:26|수정 2016.01.12 14:26
    이헌재 前경제부총리 “정부 산업정책, 좀비기업 양산"
    "정치권 요구에 경제 개혁 휘둘리고 있다"
    "중국경제,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화중‥기업인의 시대 도래"
    윤면호 前산은지주 부사장 "재무구조 최적화, 저성장 시대 첫번째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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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EY한영, 윤만호 전 산은지주 사장

      "정부의 산업정책이 좀비기업을 만들고, 다른 경쟁력 있는 업체의 경쟁력을 갉아먹어 이들도 좀비 기업이 돼 우리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 정부가 산업 지도를 놓고 고민할 게 아니라 기업 지도를 놓고 살펴봐야 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12일 EY한영이 주최한  ‘2016년 경제전망 및 저성장 시대, 기업의 활로모색’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 경제는 ‘성장통 앓기를 피하다 자라지도 못하고 늙어버린 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모든 경제 주체가 기존 산업구조, 경제운용 방식이 한계에 다다른 점을 알고 있지만, 세계 경제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막연히 기다려보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정부가 숨 넘어가는 중소기업에 산소호흡기를 대라는 정치권 요구에 휘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부총리는 “부실 업체가 많은 산업이냐에 따라 기업경쟁력을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며 “정부가 더 이상 산업지도를 놓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기업지도를 놓고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에 대해선 장기적이고 진지한 전략 없이 당장 살아남기 위한 임시변통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터넷과 IT 등 고객 공유 기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경쟁자에 대비할 것 ▲동일노동 동일임금, 생산성 기여도로 설명이 가능한 임금격차 구조로 정비할 것 ▲현실을 반영한 경영지표를 확보할 것 ▲부채구조를 적극 관리하고 플랜B를 마련할 것 ▲기업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기업 내 관료주의를 버릴 것 등 제언했다.

      글로벌 경제 정세에 대해서는 “중국이 고도성장 후 속도조절이 아니라, 세계 경제 선도 체제로의 변화 과정에서 성장통을 감내하고 있다”며 “중국이 수출에서 내수 중심의 경제로 변모하는 과도기에 있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세계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금리인상을 결정할 정도로 실물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체제변화 과정에서 성장이 주춤한 틈을 타 신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제 재생의 계기를 마련하고 이 후의 도약을 꿈꾸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전 부총리는 “세계 각국이 원자폭탄을 이용한 경제전쟁을 벌이면서 우리나라가 낙진을 뒤집어 쓰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는 강력한 체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므로 법이나 제도 미비를 탓하기 보다는, 정부의 담대한 해결 의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윤만호 전 산은금융지주 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산업별 성장 정체에 직면했지만 극복 방안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은 없지만, 기업마다 혁신을 전례 없이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윤 전 사장은 저성장 극복을 위한 ▲재무구조 최적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핵심기술 확보 ▲글로벌화 추진 ▲디지털 혁신의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윤 전 사장은 “재무구조 최적화는 성장정체를 막는 첫번째 탈출구”라며 “자산 및 투자의 최적화와 현금흐름 진단을 통해 금융비용을 줄이고 순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60년간 포춘 500대 기업 위상을 유지한 듀폰의 예를 들며 경영자는 재무성과와 수익 성장 가능성, 그룹의 전략적 가치, 매각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전략적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트폴리오 재편의 방향성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사장은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독자적 R&D 역량’을 키우고, 고객, 협력업체, 경쟁자를 아우르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에는 내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글로벌 운영을 위한 시장분석, 공급체인, 공유서비스, 경영관리를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디지털화 계획-업무 프로세스 재점검-빅데이터 분석 역량 구축-디지털 거버넌스 구축에 이르는 디지털 혁신 전략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기업 임원 3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