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새해 굵직한 현안들이 대기 중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 인수를 마무리해야 한다. 주요 계열사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보폭을 얼마나 넓힐지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구체적인 올해 자금조달안은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핵심 계열사들의 국내외 신용등급에 켜진 경고등을 고려해 채권 발행 여부를 조심스레 결정할 전망이다.

그룹은 우선 연초 시장 상황을 봐가며 차환발행을 타진 중이다. 롯데하이마트가 이달말 회사채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고 롯데건설 또한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롯데그룹이 올해 상환해야 할 공·사모채 규모는 롯데쇼핑의 이달말 해외 교환사채(EB) 풋옵션 상환분을 포함, 2조3000억원가량이다. 롯데쇼핑의 부담이 가장 크다. 롯데쇼핑은 올해 6000억원 수준의 외화채 만기를 맞는다. 롯데쇼핑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 하향압력을 받고 있어 추가 채권 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를 마무리하는 롯데케미칼 또한 신용등급의 부담을 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상반기 내로 2조7915억원 규모의 인수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내부현금이 충분하기에 인수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라며 "외부차입을 하더라도 시장여건 등을 고려해 소규모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 사이에선 롯데케미칼이 삼성 계열사 인수자금 확보차 회사채 시장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내부현금이 풍부하지만 북미 투자에도 수조원이 투입되는 만큼 채권 발행이 필요할 것이란 시각이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채권 만기를 늘리고 과거보다 높아진 이자비용을 감수하는 등 원화 채권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확대된 자금소요를 충당하기 위한 발행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또 다른 이유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영업권 수성에 실패한 호텔롯데는 당분간 회사채 발행을 자제할 전망이다. 차환발행뿐 아니라 지주사 전환 및 그룹 내 순환출자 해소과정에서 발생할 비용을 충당하는데 외부차입은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롯데의 자금조달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각 계열사에 다양한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조달비용을 고려해 해외시장에서의 조달비중을 높일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라며 "이 경우 지난해 확대됐던 국내 투자자들과의 기업설명회(IR) 등의 국내 시장에서의 소통이 다시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