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무의미한 지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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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가 정부의 지원책을 놓고 또다시 답답함을 토로하고 나섰다.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지원안이 사실상 공수표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12억달러(약 1조45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BBC(나용선) 방식으로 선박을 빌려주는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펀드 전체 조성규모 중 50%는 일반금융기관이 선순위로, 나머지 절반은 정책금융기관(40%)·해운사(10%)가 후순위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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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건이 붙었다. 선사의 부채비율이 400% 이하여야만 지원대상이 된다. 사실상 선박 확보가 시급한 한진해운·현대상선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한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한진해운·현대상선의 지난해 9월말 개별 기준 부채비율은 각각 747%, 786%를 기록했다. 두 선사가 지원대상이 되려면 부채비율을 300% 이상씩 낮춰야 한다. 국적 선사들이 꺼낼 수 있는 추가 재무구조 개선 카드는 남아있지 않다. 지난해 정부에 유동성 지원을 되풀이해 요청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해운업계는 선박펀드를 통해 세워진 SPC(선박 리스회사)가 운항회사(선사)에 BBC 방식으로 선박을 빌려줄 때 고려하는 요소는 통상 부채비율이 아닌 실적이라고 주장한다. BBC 방식은 BBC-HP(소유권 이전부 나용선)과 달리 운항회사의 용선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선박의 소유권이 선박펀드에 남아있는 방식이다. 운용리스로 회계처리 되기 때문에 해운사의 부채비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운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집주인이 은행 대출을 통해 집을 지을 때 은행이 세입자의 부채비율까진 고려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건설업과 비교해 설명했다.
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두 가지다. 먼저 외국 선사들은 재무안정성을 위해 부채비율을 200~300%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최소요건이 부채비율 500%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적 선사들의 부채비율이 외국 선사들 수준이었다면 애초부터 정부에 유동성 지원을 요청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회사채 발행 기준 요건과 비교한 것에 대해서도 "시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지는 회사채 발행기준과 정부 지원책을 비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해운업계는 지원책을 놓고 정부와 교집합을 찾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선사들은 정부 지원규모가 부족하다며 아우성이다. 반면 정부는 그간 시장안정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 증권(P-CBO)를 통해 2조7000억원 가량의 차환·운영자금 만기를 연장해 주는 등 해운사 지원책이 불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적 선사들에게 시급한 건 차입금 만기 연장이 아닌 유동성 지원이다.
국적 선사들은 최소한의 지원마저 중단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그간 내놓은 해운업 유동성 지원책은 대부분 실행되지 않았다"라며 "이번 선박펀드 지원책 또한 생색내기용일 뿐 실질적인 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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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1월 12일 08: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