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자금조달 시험대에 섰다
입력 2016.01.18 07:00|수정 2016.01.20 09:06
    회사채·인수금융·FI 유치 등…1.2兆 조달 예고
    낮은 부채비율 높은 신용도 '긍정적'
    무형자산 산업 변동성은 넘어야 할 산
    •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해 마련해야할 돈은 1조1200억원이다. 카카오의 보유 현금을 고려했을 때 금융회사에서 수천억원의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담보'와 '질권' 설정에 익숙한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콘텐츠가 중심인 기업에 어느 정도 확신과 신뢰를 보여줄 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카카오의 로엔엔터 인수자금 조달은 네이버나 엔씨소프트 등이 대형 M&A에 나섰을 때 금융투자자들의 판단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窓)이기도 하다.

      13일 카카오 관계자는 "자금 조달 유형만 정해졌을 뿐 그 비중은 미확정"이라며 "현금성 자산을 포함한 내부 가용 자금은 7000억원 수준이고 인수금융과 재무적 투자자 유치까지 감안하면 자금 마련은 문제 없다"고 말했다.

    •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참가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새해 첫 대규모 M&A 거래인 탓에 금융 주선 자리를 꿰차기 위한 물밑 작업도 분주하다. 이미 기업 분석과 제안서 작업에 돌입한 금융사들도 여럿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카카오의 신용등급은 AA-로 2%수준의 낮은 금리로 투자자 모집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채권발행에 적용된 금리도 2.1%였다. 현금성 자산 및 채권 발행으로 유입된 자금을 감안하면 2000억~3000억원 조달을 목표로 채권 발행 시장을 찾을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 부채비율과 자기자본을 감안하면 2조원 가량의 차입 여력이 있지만 신규 사업 투자 부담 등 수익 변동성이 있어 CP 혹은 채권 발행 규모는 5000억원을 넘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 차입은 회사채에 비해 금리는 높지만 은행과의 관계를 다진다는 의미가 있어 채권 발행과 함께 진행될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예상 규모는 3000억원 정도. 단, 카카오와 로엔엔터간의 시너지에 대한 은행들의 판단이 변수다. 무형자산 산업에 대한 리스크 심사 문턱은 아직 높다.

      어피니티가 로엔엔터를 인수할 때는 SK플래닛의 존재가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카카오와 결합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SK플래닛은 그간 15% 지분을 유지했다. 로엔엔터를 매각한 후에도 카카오 주식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지분율은 2%에 그친다. 1년간 매각제한이 걸려있지만 그 이후에는 언제든지 팔고 떠날 수도 있다.

      한 시중은행 M&A담당자는 "대출 심사 때 담보 자산을 주로 평가하는데 유형자산이 없는 회사는 심사 과정이 깐깐할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 사업 대출에 경험이 쌓인 금융회사들도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거 어피니티가 최초 인수할 때도 음원사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대출 승인이 난 점을 참고해야 한다"면서 "SK텔레콤보다 카카오와 로엔엔터의 시너지가 더 크다는 점을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SK 측이 주주간 계약으로 로엔엔터의 성장을 받쳐주는 모양새여서 최초 인수금융과 리캡 거래에 도움이 됐다"며 "이번에 직접 보유 지분을 털어내고 카카오에 주식 일부만 가져가면서 협업 관계가 어떻게 구축될 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