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매각설' 삼성카드, 높은 장부가가 매각 '부담'
입력 2016.01.21 07:00|수정 2016.01.28 15:21
    장부가 높아 매각시 '손실'
    3.8兆 내부 현금 정리 선행돼야
    그룹내 위상 하락·카드업황 불투명
    "매각없다" 사장 해명에도 의구심 여전
    • 삼성카드가 최근 두 달새에만 몇차례나 '경영권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사내방송에서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시장에서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 과거보다 약화된 삼성그룹내 위상, 그리고 카드업계 전반의 뚝 떨어진 성장성과 비전 부재가 시장에서 제기하는 삼성카드 매각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다만 삼성그룹이 당장 삼성카드 매각에 나서긴 쉽지 않다. 삼성생명·삼성전자 보유 지분의 장부가가 현재 시가보다 높다. 매각시 조 단위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만약 삼성이 삼성카드를 매각한다면, 그간 보수적이었던 주주환원정책으로 내부에 쌓인 대규모 이익잉여금을 정리한 후가 될 거란 전망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2010년에도 신세계로의 매각설이 나왔다. 그러나 당시 삼성카드는 그룹 승계의 열쇠로 꼽히던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지분 25.6%를 가진 대주주였다. 지배구조와 계열사 지분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경영권 매각은 없다'는 해명은 강한 설득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일단 문제가 된 에버랜드 지분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KCC 등에 전량 처분됐다. 호텔신라 등 계열사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권과 관계 없는 소수 지분이다. 이제는 그룹의 지배구조와는 큰 관계가 없는 회사가 됐다.

      게다가 신용카드업의 성장성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카드론으로 상징되는 중금리 개인 대출 시장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 삼성그룹 입장에서 보면 삼성카드의 '활용도'도 그리 높지 않다. 방위산업·화학 등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개편되고 있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만한 사업이 마땅치 않다.

      일례로 지난해 '대박'을 터트린 '삼성페이'의 경우. 오히려 삼성전자와 삼성카드는 역(逆) 시너지를 낼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일정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후 삼성페이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삼성카드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삼성그룹이 지난 2년간 진행한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정리 과정을 따져봐도 '카드'보단 '보험과 '운용'에 무게가 실렸다.

      삼성생명은 삼성증권으로부터 삼성자산운용을 지분을 사들여 직할 자회사로 만들었다. 영국의 로스차일드와 손잡고 글로벌 시장 투자를 준비하며 해외 자산운용사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쌓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운용 역량을 키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그리고 있는 금융사업의 큰 그림엔 카드는 물론, 증권의 비중도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삼성그룹이 삼성카드를 꼬리 잘라내듯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업간 거래(B2B) 중심인 방산·화학과는 달리 소매가 중심인 카드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시점에서는 매각가격도 조율하기 어렵다. 현재 삼성카드의 주가는 주당 3만원선에 형성돼있다. 반면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카드 주당 장부가격이 5만6800원에 달한다. 취득 시점과 회계 방식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부 얹은 수준에서 매각한다면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

      장부가와 시가의 갭을 줄이려면 주주환원정책으로 내부 잉여금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카드는 최근 3년간 평균 1.99%(현금배당수익률 기준)의 '짠물 배당'을 해왔다. 현재 내부에 쌓인 이익잉여금만 3조8500억원에 달한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카드업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카드는 사실상 비금융 전문가들이 진두지휘하고 있다보니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삼성그룹이 삼성카드를 매각한다면 믿을만한 파트너를 확보한 뒤 조금씩 손을 떼는 방향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는 원기찬 사장은 삼성전자 인사팀장 출신이며, 2011년부터 지난해말까지 4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현성철 부사장도 그룹 감사팀과 삼성SDI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삼성카드는 오는 29일을 전후해 실적발표회를 진행한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물론 장래 사업 계획, 배당 계획 등 발표 내용에 따라 삼성카드 매각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