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떨어지는 부동산 팔고 대체·해외투자 나서
부동산을 바라보는 경영진의 시각변화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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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보유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지방 사옥은 물론 '랜드마크'(Landmark)급 본사 사옥마저 시장에 내놓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두고 자본확충 차원에서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실제로 자본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국내 부동산 수익성이 떨어지며 운용수익률를 높이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목적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매각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달 부영그룹에 삼성생명 태평로 본사사옥을 5000억원대 후반에 매각했다. 이 외에도 서울의 종로구 수송타워·동여의도 빌딩을 매각했으며, 종로타워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했다. 지방 사옥도 매각하고 있다. 울산, 순천, 김해, 원주, 강릉, 전주 등 10여개의 지방사옥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생명은 부산 연제 등 건물 5곳을 매각했으며, 서울 강서에 위치한 빌딩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교보생명은 서울 강동, 안양, 송탄 등 사옥 17개를 매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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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보험사 중에선 미래에셋생명이 여의도 사옥을 1000억원에 매각했다. 현대라이프는 홍대입구역에 위치한 사옥을 570억원에 매각했으며, MG손해보험은 서울 선릉사옥 매각을 진행중이다. 외국계 보험사중에선 알리안츠생명이 사옥 노후화 등의 이유로 인천, 광주, 제주 등 사옥 12개를 매각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선 자본확충과 현금 확보 차원에서의 매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매각 규모가 수십 억원에 그치는 것이 많아 매각 사유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단 지적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이 규모 면에서 너무 작아 '수십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IFRS4 2단계 준비를 위한 자본 확충 목적으론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떨어지는 운용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 모두 운용수익률이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보사는 2011년 5.42%였던 운용수익률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4.22%까지 하락했다. 손보사도 같은 기간 4.61%였던 운용수익률이 3.95%로 하락했다. 그만큼 자산운용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간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의 임대료 인상률은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2008년 전년동기 대비 5%이상 상승하던 임대료는 지난해 1%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서울 주요 지역에 부동산 보유에 따른 임대료 수익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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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관계자는 “수익률이 떨어지는 부동산은 매각하면서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에 매입한 페럼타워처럼 좀 더 수익성이 좋은 부동산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는 구도심에 위치한 부동산이 많아 매각을 통해 자산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체투자 및 해외투자 수단이 많아진 점도 국내 부동산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로 분석된다. 해외부동산 직접 투자를 비롯해, 리츠(부동산투자회사)와 같은 간접투자 수단이 많아져 굳이 수익률이 떨어지는 부동산을 직접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서울과 지방에 있는 건물은 매각하고 있으나, 지난해 해외 부동산 투자신탁에 30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자산운용을 다변화하고 있다.
경영진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 변화도 부동산 매각의 한 이유로 거론된다. 삼성생명 본사의 경우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이 부지를 낙점할 정도로 상징성이 큰 건물이다. 당장 급한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본사마저 매각한 것은 이전의 경영진과는 다른 모습이란 분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삼성생명의 경우 부동산을 바라보는 경영진의 인식 변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징성이 큰 본사마저 매각한 것은 부동산을 소유물로 보기 보단 투자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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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1월 2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