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ㆍ감자 등으로 삼성카드 '덩치줄이기' 가능
매각 결정시 용이…금융지주사 전환은 시기상조
-
삼성생명보험이 삼성전자로부터 지분을 매입해 삼성카드를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관심사는 삼성생명이 삼성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또 삼성카드의 미래가 어찌될지 두 가지다.
일단 삼성생명은 장부가격(주당 5만원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삼성카드 지분을 사들였다. 저가 인수로 당장 수천억원의 평가차익이 생겼다. 또 삼성카드에는 거의 4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잉여금이 쌓여있다. 삼성생명으로서는 유상감자나 분기 배당 등으로 삼성카드 내부 현금을 끌어쓸 여지가 생겼다.
아울러 향후 삼성그룹이 삼성카드 매각을 고려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모두 삼성생명 몫으로 떨어진다.
◇ 삼성생명, 삼성카드 장부가보다 낮게 사면서 '9000억원' 차익
삼성생명은 이번 삼성카드 지분 인수로 대규모 거래 차익을 보게 됐다. 이전까지 삼성생명이 보유하던 삼성카드 지분 34.4%의 주당 장부가는 5만6800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런 삼성카드 지분 37.5%를 주당 3만5500원에 넘겼다.
삼성생명은 이전까지는 삼성카드 2대 주주였던터라 이를 지분법으로 회계장부에 반영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최대주주가 되면서 연결기준으로 회계를 수정해야 한다. 이때 기존 장부가보다 싸게 인수하면서 발생한 '장부가'와 '거래가'의 차액이 염가매수 이익으로 잡힌다. 그 이익 규모가 약 9000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말에 삼성카드 주가하락분을 재평가해 장부에 반영했다. 직전까지 삼성전자는 주당 5만7700원에 삼성카드 지분을 인식했는데 연말에 이를 주당 3만800원으로 낮춰 장부에 올렸다. 이에 따른 감액 손실 1조2000억여원이 발생햤고,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손익에 이를 장부에 반영했다.
일단 주식의 가치를 낮췄으니 이번에 지분매각으로 삼성전자는 장부가보다 높은 가격 (주당 3만5500원)에 삼성카드를 매각한 결과가 됐다. 덕분에 삼성전자도 장부상 총 2000억원의 매각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손실처리'를 한 터라 나중에 소폭의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효과다.
◇ 삼성카드 매각 가능성, 오히려 부각… '덩치 줄이기'+'삼성생명 자본확충' 효과
일각에서는 '삼성카드 매각설'이 이제 잠잠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이번 거래야말로 삼성카드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삼성그룹이 삼성카드를 시장에 매각하진 않더라도 용이한 매각을 위한 '필요조건'이 갖춰졌다는 의미다.
우선 이번 거래로 삼성카드의 지배력은 삼성생명으로 일원화됐다. 의사결정 구조는 간단해졌다. 매각을 진행한다고 했을때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이 크게 줄었다.
더 중요한 요인은 '삼성카드 덩치 줄이기'다. 이는 삼성카드의 주주환원정책 강화, 그리고 삼성생명 자본확충 이슈와도 연계된다.
삼성카드는 그간 보수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3조8570억여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쌓아뒀다. 이로 인해 삼성카드 주주들은 시장가격과 장부가격의 격차를 감당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카드를 매각한다고 할 경우. 카드 내부에 쌓인 현금 값어치를 쳐주느라 매각시 경영권 프리미엄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된다. 삼성카드 인수를 원하는 예비후보들에게는 부담이 되며, 매각과정은 복잡해진다.
하지만 삼성카드 내부현금이 제거되면 이런 문제가 사라진다. 삼성카드 인수를 원하는 바이어들에게는 과다한 내부현금으로 인수가격만 높여주느니, 차라리 삼성그룹이 미리 현금을 빼내고, 나중에 적정가격에 '삼성카드'라는 브랜드와 영업력을 확보하는 게 용이하다.
마침 삼성카드는 지난 28일 주당 15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1000~1100원 안팎일거라고 보던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52%, 시가 배당률도 4.6%에 달한다. 이런 배당 뿐만 아니라 유상감자 등 좀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정관에 분기배당을 포함시킬 가능성도 언급된다. 모두가 '삼성카드 덩치 줄이기'와 직결된다.
또 다른 부가효과도 있다. 똑같은 현금이라도 삼성전자보다 삼성생명에게 더 귀하게 쓰일 수 있다.
직전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일 당시. 삼성카드 내부현금 상당액이 배당 등으로 삼성전자에게 제공된다 해도 큰 효과가 없었다. 연간 당기순이익만 20조원 가까이 벌어들이는 삼성전자에게는 그리 아쉬운 돈이 아니다.
하지만 한해 1조원 좀 넘는 순이익을 버는 삼성생명에게는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카드 내부현금의 상당량이 단일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으로 유입된다고 할 경우. 이는 향후 도래할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대란을 대비하는데 더 없이 귀하게 쓰일 탄알이 될 수 있다.
◇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삼성전자 경영권 위협받는 시나리오
이번 거래를 놓고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들도 적지 않다. 당장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가 삼성생명을 필두로 수직계열화 되었기 때문. 하지만 이런 시각에는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와 함께, '과연 지주회사 전환의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 .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기대하는 이들은 "삼성생명이 계열 금융회사 지분을 30%이상 사모으고 있다"라는 점을 주요 신호로 판단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제43조의2)은 금융지주회사가 상장사를 자회사로 둘 경우 30%이상 지분을 보유하도록 행위제한 요건을 두고 있기 때문.
또 삼성생명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현상도 이런 예상의 근거로 작용했다. 삼성생명이 지주회사가 되려면 삼성화재 지분을 확충, 생명 자신이 보험지주회사가 되거나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를 새로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자사주 매입으로 인적분할이 쉬워지는 효과가 생긴다. 자사주는 분할시 지주회사의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 지분으로 바뀌는 까닭이다. SK가 이런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 비용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 호텔신라 지분 (7.3%ㆍ모두 고객계정 보유분 제외) 등이 문제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바뀔 경우. 몇가지 법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들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비은행 금융지주회사'(보험지주회사 포함)는 비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했다. 즉 삼성생명이 지주회사가 되어도 은행지주회사가 아닌터라,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가져가도 괜찮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2014년 5월에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되면서 이 조항이 삭제됐다. 즉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순간, 삼성전자 지분 12조원어치를 2년안에 모두 팔아야 한다. 한마디로 삼성전자 경영권이 위협받는다.
결국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일반지주회사(삼성물산) 아래 중간금융지주회사(삼성생명) 설립 가능'이란 법 개정은 물론, '보험지주회사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 5%이상 보유 가능'이라는 법 개정도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여곡절끝에 이런 법 개정이 병행된다고 해도 이제부터 이들 회사는 지주회사가 지켜야 할 부채비율 등 숱한 '행위제한 요건'에 시달려야 한다. "굳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실효성이 무엇이냐"는 의구심이 나올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삼성그룹 특성상 규정과 제도가 유리하게 갖춰지기 전에 먼저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1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