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분 매각, 기업구조조정 새 모델 제시 평가
입력 2016.02.03 07:00|수정 2016.02.03 07:00
    워크아웃 플랜 시행전 M&A로 고객·채권단·회사 모두 피해 최소화
    영업가치 높지만 재무 위험 기업, 한국제분式 구조조정 적용 가능
    STS반도체도 워크아웃 플랜 시행 전 M&A…주채권은행 산업은행 유연한 대응
    • 사조그룹 한국제분 인수는 워크아웃전 M&A를 통해 기업 정상화를 추진한 사례로 평가된다. '새 주인'이 채권단에 채무상환을 확약하고 워크아웃 기업에 자금을 지원, 조기에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조그룹의 한국제분 인수는 작년 9월 마무리된 SFA의 STS반도체통신 인수와 비슷하다.

      지난해 6월 STS반도체 자회사인 비케이이엔티(주)가 실적 부진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연대보증을 제공해 유동성 위기에 몰린 STS반도체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이 개시되자 SFA가 곧장 채권단에 회사 인수 의향을 밝혔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정상 영업 중인 STS반도체  상황을 고려해 SFA로 매각을 결정했다.

      SFA는 한달 뒤인 7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기로 했고, 9월에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유상증자에 앞서 필요한 자금을 먼저 빌려줬고, 향후 유상증자 대금과 상계처리하기도 했다. SFA는 경영권 인수와 함께 STS반도체 채무 일부을 상환했고 추가 상환도 확약했다.

      덕분에  STS반도체의 워크아웃은 불과 3개월만에 끝났다. 출자전환, 채무조정 등의 과정은 없었다. 채권단은 손실을 입지 않았고, STS반도체는 SFA로부터 신규 자금을 받아 살아났다.

      한국제분도 비슷한 형태다. 사조그룹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확약, 추가 자금지원으로 한국제분과 동아원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며 경영권을 가져간다. STS반도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제분은 개별 협상과 공개 입찰, 투트랙(Two-track)으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한국제분 매각 공고 및 입찰 절차 설명서에 '사정에 따라 회사 및 M&A 주간사의 고유한 재량으로 (공개입찰을)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한 배경은 다름 아닌 개별 매각 가능성 때문이었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기존 워크아웃의 경우, 경영권 인수자가 구주를 인수하지만 이번은 신주 인수로 회사에 신규 자금이 유입돼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고 영업 자금으로도 사용하는 등 다른 워크아웃 M&A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업구조조정 M&A이 올해 자주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워크아웃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효력을 잃으면서 이달 1일부터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이 시행되고 있다. 기촉법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어 효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어 한국제분·STS반도체 같은 구조조정이 선호될 여지가 높다.

      이번 거래 관계자는 "한국제분의 경우 올해 3월말까지 투자유치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회사 생존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사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이룰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제시했다"며 "기업가치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효과도 예상된다.  기존 구조조정 M&A는 채권단 지원과 출자전환이 이뤄지고 기업이 어느 정도 정상화 되면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원매자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기다렸다. 반면,  STS반도체와 한국제분의 경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M&A 기회가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 기업 구조조정에서 재무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영업가치가 높은 기업은 STS반도체나 한국제분과 같은 형태로 신속한 경영권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