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채무 협상…법정관리 갔던 팬오션은?
입력 2016.02.17 07:00|수정 2016.02.17 07:00
    “용선료 인하 및 비협약채무 재조정 필수…무언의 압박”
    팬오션 회생절차 후 용선계약 채무조정으로 손실 사례도
    • 현대증권 매각과 현정은 회장의 사재 출연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뿐, 현대상선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구조조정 의지를 보였다는 정도다.

      현대상선 추가 자구안의 핵심은 결국 선주와 채권자의 양해가 필요한 용선료 인하와 채무 재조정이다.

    • 현대상선은 해운업 호황 당시 용선계약을 맺었다. 총 125척의 선대 중 85척이 용선이며, 매년 용선료로 2조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운임 수준에서는 아무리 영업을 잘해도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규모다. 영업 손실에 따른 부족한 현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다보니 매년 나가는 금용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그대로 두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은 시간 문제"라며 "이번 자구안은 선주와 채권자들에게 '회생절차 돌입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으니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용선료 및 채무 재조정 협상은 조만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선 현대상선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사실 현대상선의 최대 무기는 '회생절차 신청'이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잃겠지만 선주나 채권자들 역시 크게 얻을 건 없다. 선주들과 채권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STX팬오션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 지난해 회생절차를 졸업한 팬오션에 대해 법원 100여척의 용선 계약 중 80척에 달하는 고가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회생계획에 따라 채권 67%는 출자전환 후 추가로 10대 1 감자가 이뤄졌고, 33%는 현금 변제됐다.

      하림그룹이 1조원대 자금을 들여 인수하며 채무 변제가 앞당겨지기는 했지만, 통상적으로는 이자 없이 10년에 걸쳐 상환이 이뤄지고 현금변제율도 낮다. 회생채권자의 손실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계약이 해지된 선주들이 제기하는 손해배상 채권 역시 일반 무담보 회생채권과 똑같이 처리된다”며 “출자전환과 감자, 분할 상환 등을 감안하면 팬오션에 배를 빌려준 선주들의 실질 채권 회수율은 10%대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선주들도 업황과 용선료간 괴리가 크다는 점, 회생절차로 인한 손실 가능성을 잘 알기 때문에 적정한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고민은 회사채권자 등 비협약채권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과거처럼 채권단 자금으로 회사채를 상환하거나 채권단만 희생하는 형태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STX 사채권자들이 재조정에 동의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경제논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이해관계자들은 채권금융회사, 비협약채권자, 선주들의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합리적 판단 없이 각자 입장만 내세우다가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물론, 채권 회수도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다.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와 비협약채무 조정이 선행된 후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실사 작업에 돌입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출자전환과 금리인하, 만기 연장 등 통상적인 수준의 재조정이 이뤄지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조정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