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의 안정적 공급처 확보 위해
완성차 생산에 나설 가능성 커
현실화까진 풀어야 할 과제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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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전장사업을 신성장사업으로 삼으면서 자동차 사업에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됐다. 15년 만에 완성차 사업에 진출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의 완성차 진출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 배경에서 비롯된다. 중국 IT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삼성전자가 기존 전자제품으로는 혁신적인 무언가를 내놓는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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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미 화웨이·레노버·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다. 반면 2015년 삼성 스마트폰의 세계 점유율은 22.7%를 기록, 전년 대비1.7%포인트 감소했다. 중국 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면서 가전부문에서의 일전도 피하기어렵게 됐다. 삼성전자의 매출액 감소는 매년 이어지는 추세다.
업계에서는“위기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기존 사업분야에서 차량형 모델을 추가로 생산하는 수준으로 전장사업을 가져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미 투자은행(IB) 내부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크게 보고, 삼성전자의 타(他) 부품업체 인수·합병(M&A) 딜(Deal) 발생을 대비한 스터디가 진행 중이다.
두 번째 배경으로는 삼성전자가 부품업계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역량개발·주요 부품사 인수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부품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신규 공급처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완성차 생산에 사용되는 부품은 극도의 안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부품업체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를 증명해야 한다”며“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파트너 부품사를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어 새로운 공급처를 뚫는 것은 경쟁력 확보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한 증권사 자동차담당 연구위원은“삼성전자도 이러한 자동차 부품업 생태계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결국 부품업 진출 이후 자사 생산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를 위해 스스로 완성차 생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이미 각사 이름을 딴 미래형 자동차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도 삼성의 완성차 재진출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대목이다. 그간 삼성전자가‘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성장해온 만큼‘삼성카’생산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에 대해 대체로“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현실화 하기까지 어려운 점이 많다”는 입장을 보인다. 자동차 담당 연구원은“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부품사 몇 개를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완성차를 생산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투자자 설득 문제와 국민 정서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삼성에 완성차 사업은 ‘이미 2000년도에 실패하고 철수한 사업’이다. 실패한 사업을 다시 꺼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수 있다. 또 ‘삼성이 자동차까지 생산하느냐’는 여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사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기존 전자사업 각 분야의 현상 유지도 힘든 상황”이라며“이재용 부회장이 완성차 카드를 통해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침체된 그룹 분위기에 반전을 꾀하려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