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매각절차 진행중
추가 자본 투입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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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 보험시장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 수익은 줄어드는데 자본확충 부담만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동남아시아 보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전략차원에서 주력 시장 재편 필요성도 부각했다.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을 국내에 소개하며 보험시장 선진화에도 일조한 외국계 보험사들은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렸다. 시장 점유율이 한때 20%까지 치솟았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외국계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은 15%수준으로 하락했다. 설계사 조직이 약화한데다, 국내 보험사와의 상품 차별화에도 실패한 결과다.
현재 매각이 거론되는 외국계 보험사는 알리안츠생명, PCA생명 등 2~3곳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중국계 보험사들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안츠생명이 한국지점 매각에 나서는 이유론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알리안츠그룹은 유럽, 미국, 남미, 아시아 등 전세계에 생명보험사를 거느리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선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명보험업을 하고 있다. 이들 나라 중에서 2014년 영업손실이 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PCA생명은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한국 시장 철수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사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보다는 성장성 높은 동남아시아로 시장 확대를 모색한다는 분석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PCA생명의 경우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점유율 기준 상위 3위 안에 드는 회사이지만, 국내에선 수년째 중소형사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한국 철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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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움직임의 배경으로는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PCA생명은 2011년 3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이익규모가 줄어들면서 지난해엔 1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성장을 이어오던 메트라이프도 2010년 이후 순이익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나마 푸르덴셜생명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했다.
저금리의 여파로 자산운용수익률은 하락하고 있다. 2010년 외국계 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수익률은 5.7%였다. 이후 매해 수익률이 감소하며 지난해 운용수익률은 4.3%로 하락했다.
2020년부터 도입될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4 2단계는 또 다른 부담요인이다. 알리안츠생명(지급여력비율 205%)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외국계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지급여력(RBC)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새 기준이 도입되면 현 수준 유지를 위해 추가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한국 시장의 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베트남은 생보시장의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22.6%에 이르고 있다. 보험시장의 규제가 적고, 진입이 용이한 게 동남아 시장의 최대 장점이다. 베트남의 경우 푸르덴셜이 생보업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의 제일생명도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시장이 포화하며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국내 시장에 추가 출자를 단행하느냐, 사업을 축소하고 다른 시장에서 기회를 노리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 글로벌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라며 “IMF이후 선진 보험기법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성장했지만, 현재는 국내 시장의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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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2월 2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