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는 외국계 보험 설계사 조직
입력 2016.02.29 07:00|수정 2016.02.29 07:00
    외국계 보험사, 설계사 수 감소세
    ING생명·알리안츠생명·메트라이프 설계사 수 큰 폭 감소
    푸르덴셜은 기존 설계사 조직으로 승부수
    • 외국계 보험사의 설계사 조직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설계사 수는 매해 감소하고, 채널 다각화에 나서는 보험사는 늘고 있다. 일부 회사는 기존 설계사 조직 강화로 맞서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점점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2000년대 넥타이를 맨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젊은 남성 설계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내 보험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들은 외국계 보험사가 국내 보험시장에 안착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을 비롯해 외국계 보험사가 일본 보험시장에서 성공한 남성 설계사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 도입하며 2000년대 중반 점유율을 크게 확대했다”고 말했다.

      한때는 외국계 보험사간의 설계사 조직 확대를 위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설계사 수를 확보하기 위해 타사의 설계사를 빼오거나 통째로 지점을 흡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 양상이 바뀌었다. 매해 외국계 보험사의 설계사 수가 감소하고 있다. 2010년 3만명에 이르던 외국계 보험사 설계사는 지난해 2만1000명(ING생명 포함) 수준으로 감소했다. 외국계였던 ING생명의 설계사 수가 2010년 이후 1900여명 감소했으며, 메트라이프와 알리안츠생명은 같은 기간 각각 2800명, 3300명의 설계사 수가 줄었다.

    • 판매채널에서도 설계사 채널 비중이 감소세다. 2010년 외국계 보험사의 판매채널 중 설계사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였으나, 2015년에는 24%로 감소했다. 설계사 채널 감소는 방카슈랑스 채널이 메웠다. 2010년 69%에 머물던 방카슈랑스 비중은 2014년 72%로 늘었다.

      설계사 조직을 놓고 외국계 보험사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2013년 인수한 ING생명은 과거 외국계 보험설계사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기존 설계사 중심의 판매 전략에서 벗어나 방카슈랑스 등으로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2010년 51%였던 방카슈랑스 비중은 지난해 74%로 확대했고, 설계사 판매채널 비중은 48%에서 26%로 감소했다.

      ING생명은 “고객분석을 통해 기존 설계사 조직으로 확보할 수 없는 고객이 있음을 파악하고, 판매채널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기존의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회사도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기존의 설계사 조직 중심의 판매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보험사들이 설계사를 줄이는 데 반해 2010년 이후 2000명 이상의 설계사 인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설계사 조직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다”라며 “회사의 철학과도 연관된 부분이라 기존 설계사 조직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며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고 말했다.

      업계 내에선 과거와 같이 설계사 조직을 통해 국내 보험사와 차별화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 질 것이란 분석이다. 남성 설계사 중심의 판매 전략이 출범 초기 전문성을 중심으로 고객 유치에 성공했으나, 이후 보험사기에 연루되는 등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보험시장 성장이 둔화하면서 고비용의 설계사 조직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시장이 성숙하면서 지인 영업에 기반을 둔 아줌마 보험설계사의 힘이 다시금 강화하고 있다”라며 “오랜 기간 투자가 이뤄진 일부 외국계 보험사를 제외하곤 설계사 조직에서 국내사와 차별화하기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