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향하는 日 샤프…고민 깊어지는 삼성·LG
입력 2016.03.09 07:00|수정 2016.03.09 07:00
    훙하이, 샤프 기술 인수로 LCD 이후 성장 전략 확보
    삼성디스플레이, 대형 OLED 진입 압력 커질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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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샤프 본사 전경

      대만 훙하이(鴻海, Hon Hai)의 일본 샤프(Sharp) 인수가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 구도에도 변화가 전망된다. 중·소형 패널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에 발을 뗀 LG디스플레이가, 대형 패널에서는 액정표시장치(LCD)를 고수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샤프는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통해 대만 훙하이의 총 7000억엔(약 7조7000억원) 규모의 인수제안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승인 직후 훙하이는 샤프가 보유한 대규모 우발채무를 이유로 인수가 지연돼 협상 기간이 연장됐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까진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샤프와 훙하이 모두 OLED 생산 경험이 없으므로 당장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와 경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샤프 인수로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 훙하이의 부상(浮上)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훙하이와 수주전(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2018년 이후 아이폰 차기 모델에 기존 LCD 대신 OLED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훙하이가 수주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부터 투자를 확대해 애플향(向) 중·소형 OLED 패널 생산 준비에 나섰다. 훙하이는 LCD 점유율을 세계 2위 수준의 이노룩스(Innolux)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지만, 중소형 OLED 생산을 위한 기술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샤프 인수로 수주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디스플레이 연구원은 “샤프는 중소형 패널에서 OLED 전환이 쉬운 저온폴리실리콘(LTPS) 6세대 라인을 보유해 운영해왔고, 일본 내 반도체 에너지 연구소(SEL)를 통해 OLED 기반 기술을 습득해왔다”고 설명했다.

    •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패널 시장에서 LCD를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수 이후 훙하이 그룹과 샤프 간 시너지를 고려하면, LCD 내 경쟁강도는 더욱 커질 예정이다.

      샤프 인수가 성공하면 훙하이는 감가상각이 끝난 10세대 LCD 생산 설비를 보유하게 된다. 현재 10세대 이상 생산 설비를 보유한 업체는 중국 BOE와 일본 샤프뿐이다. 8세대 생산라인을 보유한 국내 업체보다 효율적으로 60인치 이상 대규모 패널 양산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 샤프의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점유율은 31%로, LG디스플레이(19%) 및 삼성디스플레이(20%)보다 높은 수준이다.

      샤프와 훙하이 모두 대형 패널 부문에서 OLED 패널 생산경험은 없지만, 핵심기술을 보유한 샤프를 통해 향후 수율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샤프는 OLED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대면적 옥사이드(Oxide) 상용화에 세계 최초로 성공해 양산해 온 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훙하이그룹은 애플이라는 고정된 고객은 있지만 기술이 없었던 상황”이라며 “샤프 인수로 부족했던 기술을 한 번에 채울 수 있으므로 인수 후 구도변화가 국내업체엔 악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미 미래 투자 방향을 LCD에서 OLED로 전환해 투자를 집중해 왔기 때문에 샤프 인수를 통한 구도 변화가 큰 위험요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인수 이후 추이를 살펴본 후 LCD 부분의 투자 조정 등은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도 "인수를 지켜본 이후 업계 재편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