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재정악화"...중동 리스크 안고 있는 국내 건설사
입력 2016.03.17 07:10|수정 2016.03.17 07:10
    중동 긴축 가능성 커지며 잔여 사업장 지연 우려↑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 관심 집중
    • 저유가 기조 장기화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수주 의존도가 절대적인 중동 국가들의 곳간이 말라가면서, 각국에 대규모 공사현장을 남겨둔 업체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중동에서 저가로 수주해 온 사업장들이 대부분 지난해까지 큰 규모의 손실로 반영돼 추가 손실 위험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불신(不信)은 여전하다.

      ◇ 재정적자에 허리띠 졸라매는 중동…지연 사업장 남은 건설사 '전전긍긍'

      최근 일부 국내 신용평가사에선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알제리 등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 우려를 밝힌 중동 국가에 남아있는 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GS건설·삼성엔지니어링·한화건설·대우건설·SK건설 등이 중동 국가에 지연 현장을 남겨두고 있다.

    • 대부분의 중동 국가는 올해 긴축재정에 돌입할 전망이다. 각 국가가 해마다 내놓는 '재정균형유가'가 지난해 대비 올해 크게 낮아진 점에서 유추된다. 올해 이라크는 재정균형유가를 배럴당 45달러로 계획해 정부 예산안을 짰다. 지난해 80달러 수준보다 보수적이다. 대부분 중동 국가들도 45~50달러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국가의 신규발주 중단은 물론 기존 사업장에 대한 대금지급 유예 등 부정적 상황으로 번질지에 업계에선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재정적자에도 복지 규모를 줄이기 어려운 중동 국가의 특성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랍의 봄 이후 체제유지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반발이 큰 국내 복지를 줄이기보다 수주해 온 해외사업을 조정하는 게 정부로선 부담이 적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정 고갈에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까지 겹친 이라크의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

      이라크 사정에 정통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라크 정부가 신규발주 중단은 물론 기존 시공사들에 '예산이 없으므로 사업 공정률을 조정하거나 다른 제안서를 제출하라'는 식의 레터(letter)까지 발송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 우선순위도 당장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정유시설 건설 등에 예산이 최우선으로 투입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내 대표적인 대규모 프로젝트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한화건설이 2012년 단독으로 수주해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일부 공사 대금을 받았지만, 위험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SK건설·GS건설 4개 건설사가 2014년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한 총 6조5000억원 규모 카르발라 정유시설 공사도 이라크 내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전체 사업규모 약 8조원 중 지난해까지 2조4000억원 정도가 진행 됐다”며 “올해도 최소 5000억~6000억원이 회수돼야 하기 때문에 다음 대금 회수를 지속적해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 건설사 "지난해까지 부실 털어냈다" vs 시장 "나머지 수주도 믿을 수 없어"

      건설사들은 중동에서 저가수주가 빈번했던 2012년까지의 수주 물량이 대부분 2014년과 2015년 완공 시점에 손실이 반영돼 추가로 큰 손실이 발생할 사업장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2013년 이후엔 업체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안정적인 사업장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섰기 때문에 우려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 시장에서 불신의 분위기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NICE신용평가는 주요 6개 국내 건설사가 2009~2011년간 중동지역에서 실현한 원가율 평균과 2012~2013년 업체들이 신규 수주한 원가율 간 차이를 분석했다. SK건설은 원가율이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여 향후 추가 원가 상승 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업체들이 2013년부터 수주한 프로젝트 대부분이 원가율 85~95%대로 양호하지만, 1년 새 갑자기 좋아진 부분을 사실 100% 신뢰하긴 어렵다”며 “만약 완공 시점인 2017~2018년까지 손실 반영을 미뤄왔을 경우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