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vs쿠팡 전면전, 먹구름 낀 킴스클럽 매각
입력 2016.03.18 07:00|수정 2016.03.18 07:00
    "배송·최저가 앞세운 유통시장 패러다임 변화 재확인"
    IB업계 "킴스클럽, 경쟁력 낮아…기업가치 높은 평가 어려워"
    "실질 인수후보, 티몬 투자한 KKR 한 곳 뿐"
    • 이마트가 기저귀, 분유 등을 시작으로 생필품 전반에 대해 가격 할인 경쟁을 선언하고 쓱(SSG) 배송을 통해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모바일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눈에 띄는 대응이 없었던 이마트의 이 같은 행보는 유통업의 경쟁 요소와 장(場), 즉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을 확인시켰다. 2014년부터 '옴니채널'을 앞세웠던 롯데그룹도 전략을 다시 정비하고 있고 오픈마켓 등 기존 온라인 시장의 맹주들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재무 및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하이퍼마켓 킴스클럽을 매각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 입장에서는 이마트와 쿠팡의 전면전, 경쟁업체들의 대응이 반길만한 재료가 아니다. 이번 전면전 이후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유통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확인한 이상 킴스클럽에 높은 가치를 쳐줄 수 없다"는 시각이 더 커지고 있다.

      이마트·롯데쇼핑, 인수참여설 '강력 부인'

      "배송·물류센터 확충할 때…기존 점포 재조정해야할 수도"

      IB업계 관계자들은 "홈플러스 매각 당시에도 유통시장의 변화에 사모펀드(PEF)들이 어떻게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의문이었는데, 이마트의 쿠팡 대응을 보며 킴스클럽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킴스클럽이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 할인마트, 쿠팡, 티몬 등 모바일커머스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배송 서비스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데 킴스클럽의 현재 체력만으론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킴스클럽은 현재 매장 주변의 한정적인 지역에만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이퍼마켓시장에서 킴스클럽이 성장하려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마트 사업자에 매각돼야 한다. 하지만 모바일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전면전은 할인마트의 방향성은 반대다. 이랜드그룹이 기대했던 출점 제한에 따른 기존 유통업체들의 인수 경쟁 참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공시를 통해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킴스클럽 인수전 참여를 부인했다. 표면적으로는 인수 후 중복 매장 처리를 이유로 들었지만 '시장 변화에 역행하는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강했다. 매장 출점보다는 물류센터 확충, 배송 서비스 강화를 통한 O2O(Online to Offline)에 집중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절박감도 엿보였다. 이랜드그룹이 예비입찰 이후 부랴부랴 뉴코아 강남점을 매각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주요 유통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킴스클럽 강남점 사진을 사회관계망(SNS) 서비스에 게시한 걸 두고, 인수 관심으로 읽었지만 이제는 '관심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뉴코아 강남점 '전략적 가치 하락'

      킴스클럽·뉴코아강남점 예상 매각가 "기대 한참 못 미칠 것"

      "KKR 숏리스트에 포함…유통 투자보다는 부동산투자 접근"

      뉴코아 강남점의 전략적 가치도 한 풀 꺾였다는 평가다. 신세계 강남점을 겨냥해 롯데그룹이 눈독을 들였고 현대백화점은 압구정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있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신세계가 센트럴시티에 이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부지를 확보한 이상, 뉴코아 강남점을 확보하기 위해 유통기업들이 경쟁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달 말 킴스클럽 본입찰적격인수 후보로 3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랜드그룹에선 "전략적투자자(SI)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지만 IB업계에선 그 실체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킴스클럽 매각에 대한 IB업계의 관심은 '골드만삭스(매각주관사)가 잘 하겠지'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한 때 예상 거래가로 1조원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굴욕(?)'이다.

      세계적인 사모펀드(PEF) KKR이 본입찰적격 인수 후보에 포함된 점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랜드는 '확인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전했다) 어떤 전략으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KKR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함께 쿠팡과 경쟁관계에 있는 티몬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티몬의 신선식품 확대를 위한 오프라인 전진기지로 킴스클럽을 삼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013년 60억달러 규모로 조성한 '아시안II펀드'의 주요 투자 섹터로 KKR은 소비유통업을 제시한 바 있다. 일각에선 숏리스트에 포함된 3곳이 티몬-KKR-앵커에쿼티파트너스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KKR과 앵커에쿼티는 티몬에 투자한 곳이다.

      KKR이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 인수전에 참여할 당시, KKR 내부에선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이 거래 전반을 이끌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킴스클럽 영업권 보다는 뉴코아 강남점 인수가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KKR은 지난 2014년 림어드바이저스와 함께 서울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 관련 보통주에 투자하며 국내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다만 티몬의 신선식품 확장 전략과 연결지어봐도 뉴코아 강남점은 투자의 다운사이드를 방어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킴스클럽의 영업권 가치보다는 뉴코아 강남점의 부동산 가치, 즉 강남점에서 나올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가치 정도를 쳐줄 수 있다"며 "향후 매각시 유통업체간의 인수 경쟁을 통한 추가적인 투자수익 창출은 어려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킴스클럽 영업권 1조원, 뉴코아 강남점 부동산가치 5000억수준이 아닌 뉴코아 강남점을 기본으로 삼고 영업권 가치가 매각가에 추가되는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랜드그룹과 골드만삭스는 이달 말에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3월말에 최종 인수 대상자가 선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가는 이랜드그룹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