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브랜드가 효자종목
중국 일변도인 해외전략엔 '물음표'
미국·유럽 내 아시아인 수요 흡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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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그룹이 아시아 최대 화장품 업체 자리를 넘보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일본 시세이도그룹과 달리 아모레퍼시픽의 가파른 성장세엔 제동이 걸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정공법이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의 활약은 동시에 회사의 잠재적 부담 요소가 되고 있기도 하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면서다.
아모레퍼시픽의 작년 실적은 괄목할 만하다. 연간 매출이 처음으로 5조원대까지 육박했다. 영업이익은 1조원에 가까운 9136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률도 두 자릿수대를 그리고 있다. 아시아에서 덩치가 가장 큰 시세이도의 외형성장에는 수년째 큰 변화가 없다. 지난 2012년 시세이도는 영업이익에서 아모레퍼시픽에 역전당했고, 작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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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성장 요인은 중국 시장에서의 연착륙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현지 유통·판매업체를 통해 우회 판매하는 방법 대신 정공법을 선택헸다. 회사는 사업 초기에 적자를 감수하며 중저가 브랜드 유통 체인을 직접 형성했다. 고가브랜드는 백화점 매장을 임차해 글로벌 브랜드들과 견주어 판매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중저가 브랜드 성장세가 무섭다는 평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중저가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의 경우 현지 업체를 통해 제품이 유통·판매되다가 중단되기도 했다"라며 "같은 중저가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탄탄한 자회사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효자'다. 이니스프리의 작년 한 해 국내외 매출은 8000억원을 넘었다. 고가제품으로만 구성된 설화수가 기록한 지난해 1조원 규모의 국내외 매출을 넘보고 있을 정도다. 국내 기타 중저가 브랜드들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역성장하고 있는 추세와 대조된다.
시세이도는 이러한 중저가 브랜드 전략에서 아모레퍼시픽에 밀렸다. 시세이도그룹은 고급브랜드인 '시세이도'를 필두로 여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인지도를 쌓은 브랜드는 시세이도가 유일하다. 회사는 오래전부터 고급 브랜드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성장은 반갑지만 고민도 만만치 않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관련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40%대까지 확대됐다. 시장에선 '거품론'을 거론하며 중국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얘기가 지속해서 나온다.
반면 시세이도는 해외지역 매출 비중이 고르게 분산돼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매출 중 내수비중이 47%를 차지했고, 아시아 21.9%, 미국 17.1%, 유럽 14%의 순이었다. 시세이도의 미국·유럽 지역 내 수요는 현지 아시아인들의 몫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중저가 브랜드 경쟁력 측면에서 시세이도를 월등히 앞서는 만큼 시세이도의 미국·유럽 매출 비중을 일부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가 브랜드는 미국·유럽 현지인, 중저가 브랜드는 현지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의 수요가 많다.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성은 입증된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은 회사 자체보다는 중국 의존도에 더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오너십 체제가 단단해 회사 자체의 과제는 적은 편"이라며 "중국의 규제정책·글로벌 경기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중국 매출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향해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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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2월 2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