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줄고 재고는 늘고…대책 없는 현대·기아차
입력 2016.03.23 07:00|수정 2016.03.23 07:00
    2월까지 판매량 111만대…전년比 9% 축소
    현대·기아차 재고 각각 3.9·4.7개월…금융위기 수준 육박
    • 현대·기아차가 올해도 세계 시장에서 고전(苦戰)하고 있다. 2월까지 글로벌 판매량은 감소한 반면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재고량은 증가했다.

      재고 증가로 보조금(인센티브) 부담·공장가동률 하락 등 1차적 피해에서부터, 중고차 잔존가치 하락으로 인한 캐피탈 업체들의 손실증가 등 2차 피해도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재고증가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의 올해 2월까지 글로벌 시장 자동차 판매실적은 총 111만대. 전년 동기 대비 9%가량 감소한 수치다. 현대차는 “중국·브라질 등 주요 신흥시장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해외 판매가 감소했다”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성장 둔화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저유가 ▲업체 간 경쟁심화 등 어려운 시장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판매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재고량은 늘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재고는 올해 들어 각각 3.9개월, 4.7개월까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재고 증가로 공장 가동률 축소 가능성도 커졌다.

      아울러 재고정리를 위한 인센티브 증가로 매출에 악영향이 발생할 가능성과 가동률 저하로 인한 고정비 확대로 원가율 훼손이 심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올해 2월 기준 현대차의 대당 인센티브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2099달러(약 255만원)로 집계됐지만 이는 비교적 인센티브 지급이 적은 투싼·싼타페 등 라이트 트럭(Light Truck;L/T) 신형출시로 인한 효과”라며 “현대기아차가 세단 위주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과거대비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가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이 중동 수출물량을 줄이고 미국 수출물량을 확대함에 따라 향후 미국시장 재고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게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 시장에서 인센티브 수준이 증가하면서 현대·기아 중고차의 잔존가치가 하락하는 점도 고민거리다. 현대차 종속회사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의 리스 사업에서 손실 발생 가능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인센티브 증가에 따른 ‘리스 계약완료 시점의 실질 잔존가치’와 ‘계약체결 시의 설정 잔존가치’ 괴리 발생은 고객로 하여금 인수가 아닌 ‘계약종료’를 유발한다”며 “이로 인해 HCA가 볼 수 있는 손실 규모는 4799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판매 상황을 진단하며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본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성장기반을 다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도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올해 말부터 4·5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재고증가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현안”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