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證에 진 '한국금융지주' vs 삼수생 'KB금융'
입력 2016.03.25 07:00|수정 2016.03.25 09:38
    • 현대엘리베이터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현대증권 매각 하한선을 정하고 은행 대여금고에 서류를 넣었다. 현대증권 매각을 위한 본입찰의 막이 올랐다. 이번주 미래에셋증권의 인수전 참여 저울질이 흥행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듯 했지만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것은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제시할 인수 가격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 가격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정한 매각 하한선보다 높아야 한다.

      현재 분위기는 백중세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한국금융지주의 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도전장을 내민 사모펀드(PEF)들은 입찰보증금 300억원의 벽 앞에 주저 앉은 분위기다.

      ① 3수생 'KB금융'  vs 미래에셋에 진 '한국금융'

      다시 2파전으로 좁혀지자 양측은 표면적으로 "무리하지 않겠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증권처럼 예상 밖의 금액을 제시하진 않을 것이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간의 대형 M&A가 그래듯이, 결국 승패는 절박함에 갈린다.

      현대증권 인수에 절박한 정도는 한국금융지주가 더 크단 평가다. 대우증권 인수 실패의 상처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깊었다는 게 한국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증권을 미래에셋증권에 내준 후 김남구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받은 자존심의 상처가 컸다"며 "현대증권까지 놓쳐서는 안된다는 위기 의식이 크다"고 전했다. 통합 미래대우증권이 자본금 6조원에 육박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증권 인수에 실패하면 3조3000억원대에 머무르게 된다.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에 이어 세번째 도전인 KB금융지주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란 틀을 넘어선 금액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외이사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높은 인수가 제시를 허용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25일 이른 아침에 이사회를 열고 최종 결정이 있을 예정이다.

      ② 현대증권 부동산 IB 투자, 미묘한 인식차

      현대증권 인수 실사 과정에서 후보들의 불만을 산 곳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분이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이 부분에서만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 현대증권의 순이익은 91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17% 증가했는데 주 요인 중에 하나가 부동산관련 수수료 수익 증가였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선취 수수료를 받아 조기에 수익을 인식했다"며 "앞으로 거래 만기까지 받을 수수료는 전체 수수료의 30% 수준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사에 참여한 인수 후보들은 전반적으로 현대증권의 부동산 PF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른 바 '몰빵' 형태의 직접 투자가 있고 그 규모도 커 향후 시장 충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KB금융과 한국금융의 관계자들의 인식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공식적인 의견은 아니지만 한 KB금융측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위험한 투자건이 많았다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 정도 시장 충격이 오면 손실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금융측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리스크관리 수준을 고려했을 때 통과하기 어려운 건들이 여럿 보였다"며 "정상적인 부동산 PF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밸류에이션 관점이 비슷하기에 이같은 평가는 인수가격 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 ③ 수정 PBR 1배는 6500억원 내외

      실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본 현대증권의 수정 순자산 규모는 2조9000억원 내외다. 배당금 지급, 저축은행 부분에 대한 재평가, 기타 손실 우려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한다. 매각 대상 지분 22.56%에 해당하는 순자산은 6540억원 정도다. 지난해말 기준 장부가는 7000억원이었다. 24일 종가 기준 시가는 3550억원이다. IB 업계에선 지분율을 고려한 PBR 1배 전후를 기본으로 각 후보들이 얼마를 더 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신한은행을 통해 6000억원의 인수금융을 확보했다. 지난해말 기준 한국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고려했을 때 6000억원은 최대 차입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한국투자증권에서 끌어올릴 2000억원의 배당금까지 더하고 다른 현금 유출입 등을 감안하면 한국금융의 베팅 여력은 7000억원대 중반도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에는 배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이 지난해 말 기준 1조6300억원이 있다. 배당재원을 활용한 자금조달이 가능한 점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경쟁 후보인 KB금융지주의 인수자금 마련 능력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18조2280억원의 자본금에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0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보유 현금과 배당 계획 등을 고려하면 KB금융 역시 일정 부분 채권이나 기업어음(CP) 발행이 필요하지만 한국금융지주에 비해선 부담이 덜하다.

      ④ 현대엘리베이터 변수…LK투자파트너스 주저 앉나

      현대증권 매각은 2파전이 아니라 현대엘리베이터까지 포함해 3파전이다. 우선매수권을 가진 현대엘리베이터는 24일 인수 하한선을 정했고 오는 28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인수 후보들은 제시한 가격이 이보다 높아야 한다. 업계에선 현대상선의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훼손 최소화 등을 고려했을 때 최소한 장부가 이상은 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전히 업계 일각에선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용선료 협상이 잘 돼도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포기해야 하고, 잘 안된다고 해도 현대상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대증권을 지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을 인수하게 된다면,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를 비롯해 금융당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크호스(Dark Horse)였던 LK투자파트너스의 행보도 지켜볼 부분이다. 미래에셋증권이 SI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김이 빠졌지만, LK투자파트너스는 다른 SI와도 접촉을 해왔다. LK측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LK투자파트너스가 다른 SI와 함께 인수전에 참여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LK투자파트너스에 대한 시장 내 위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현대상선과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은 25일 오후 6시까지 본입찰 서류를 접수한다. 300억원의 입찰보증금 납입은 오후 4시까지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28일 현대엘리베이터가 제시한 인수하한가 개봉과 함께 결정한다. 채권단과 현대상선은 오는 6월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인수 후보들이 제시한 가격이 현대엘리베이터의 가격보다 높다면 거래 종결의 신속성과 확실성이 고려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