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4 준비 어려운 중소형 보험사…업계 재편 시발점 될듯
입력 2016.03.25 07:00|수정 2016.03.25 07:00
    인력·비용 부족에 어려움 커
    시스템 구축 공동 대응하기로 했으나 결과 미지수
    업계 구조조정의 시발점 될 수 있다는 분석
    • 중소형 보험사들이 IFRS4 2단계 준비단계 부터 인력과 비용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개발원을 매개로 시스템 구축에 공동 대응하기로는 했지만, 각 사마다 처한 상황과 이해관계가 달라 어떤 결과가 나올진 미지수다.

      2단계를 준비하는 실무자가 느끼는 압박의 강도는 크다. 자원은 턱없이 부족한데, 감독당국과 경영진은 대응책을 가져오라는 요구는 강하다. 2단계 도입이 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초 10여개의 중소형 보험사는 보험개발원과 함께 IFRS4 2단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정(MOU)을 체결했다. 총 비용은 220억원 규모로 생명보험사 6개(흥국생명, 현대라이프생명, KDB생명, 동부생명, DGB생명, 하나생명)와 손해보험사 4개(롯데손보, 흥국화재, 더케이손해보험, 농협손보)가 참여했다. 현재 각 사는 1명씩 인력을 이틀간 파견하는 형식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 회계가 전면적으로 바뀌게 된다. 보험부채가 기존 원가방식에서 시가평가 방식으로 바뀜에 따라 보험상품, 영업, 자산운용 등 보험업 전반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이에 따른 시스템 구축에도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여겨진다. 10여개의 중소형 보험사가 손잡은 이유도 비용과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협조를 통해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 MOU에 대해 업계에선 고육지책(苦肉之策)이란 말들이 나온다. 자원이 부족해 서로 힘을 합치기로 했지만, 얼마나 시너지가 날지는 불분명하다는 의견이다. 한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처한 환경이 달라서 얼마나 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라며 “개별 회사들이 이렇다 할 방법이 없으니깐 손을 잡은 차원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인력부족이다. 특히 계리인력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계리인력이 대형사(생보 3개사, 손보 7개사)에 집중되다 보니, 2단계를 준비할 계리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2014년말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114명 111명의 계리사를 보유해 전체 보험사 계리인력의 20% 이상을 보유했으며,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한 중소형 보험사 리스크 팀장은 “IFRS4 2단계 준비를 위해 상근직 1명을 빼기도 벅찬 상황이다”라며 “그렇다고 비상근으로 준비하려다 보니 진행이 잘 안돼서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외부컨설팅을 받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컨설팅도 대형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보생명이 2단계 준비를 위해 쓴 컨설팅 비용만도 35억원에 이른다. 주요 회계법인과 계리 컨설팅회사들도 인력이 무한한 건 아니다. 중소형사까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무진이 느끼는 압박의 강도는 심하다. 인력과 비용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아직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감독당국과 경영진의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까지 보험사들에 2단계 대응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한 보험사 실무자는 “금융당국뿐 아니라 경영진까지 나서서 대응방안을 가지고 오라고 있다”라며 “해결책은 없는 데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실무진 입장에선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업계 내에선 2단계 도입이 보험사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소형사들은 자본확충 뿐만 아니라 인력 및 시스템면에서 2단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력이 없는 보험사가 매물로 나오기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형보험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4 2단계 준비와 맞물려 앞으로 1~2년 사이 보험사 인수합병(M&A)이 활성화 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자금여력이 있는 보험사에겐 오히려 덩치를 키우는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