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예상됐던 '외면'…금융위는 "장기 상품이다" 낙관론만
입력 2016.03.25 10:36|수정 2016.03.29 10:20
    [종합자산계좌 ISA 도입]
    출시 일주일간 65만여좌 가입…규제 더했던 재형저축보다 적어
    5년 의무보유 '발목'…현장선 "금융위 평가 현실과 달라"
    비대면 ISA 출시·1년후 가입자 유지 여부가 관건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첫 주의 성적표는 금융시장의 예상대로였다. 상품 출시 초기에 가입자가 몰리는 게 일반적인데 개설 계좌 수가 '실패작'으로 평가 받은 재형저축보다도 적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장기 상품이라 섣붙리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ISA 출시 이후 일주일간 개설된 총 계좌 수는 65만8040좌로 집계됐다. 가입 금액은 3204억원이었다. 금융위는 "ISA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가입하고 점차 안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 현장의 목소리는 조금 다르다. 2013년 4월 출시된 재형저축의 첫 주 가입 계좌수는 73만여좌였다. ISA는 소득 제한이 걸린 재형저축보다 상대적으로 가입제한이 완화된 상품이다. 직장인·사업소득자·농어민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데도 가입 열기는 덜한 셈이다.

    •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흐름으로만 보면 한때 최고 190만좌까지 가입했던 재형저축보다도 총 가입 좌수가 더 적을 것 같다"며 "출시 후 6개월간 700만좌가 넘게 가입한 일본, 연간 1000만좌 이상이 가입하는 영국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출시후 일주일간 ISA의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49만원이었다. 이는 재형저축의 출시후 열흘간 평균 가입금액(11만원)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는 이를 근거로 ISA가 재형저축보다 시장에 잘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평가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을 중심으로 판매된 장기저축상품과 투자상품을 골라 담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 계좌의 초기 가입금액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 재형저축 역시 출시 한달후엔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이 26만원으로 급상승하기도 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출시 후 일주일간 고작 40억원을 끌어모은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그렇다고 ISA가 성황리에 팔리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출시를 앞두고 지난 수 개월간 대규모로 홍보한 것에 비하면 투자자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외면은 결국 5년간 인출 제한(연소득 5000만원 이하나 15~29세 가입자는 3년)이라는 상품의 근본적인 결함 때문이라는 게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가계 가처분 소득이 점차 감소하고 전·월세 상승으로 서민층 주거불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5년이나 '용기있게' 돈을 묶어둘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재형저축은 7년, 소장펀드는 ISA와 같은 5년의 의무보유기한을 갖고 있었다. 이로 인해 재형저축의 경우 출시 1년 후 30만좌 이상이 줄어들기도 했다. ISA 역시 1~2년후 같은 상황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는 ISA가 장기 투자 상품인만큼 좀더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출시 초기 상황만 보고 제도 자체를 평가절하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ISA는 온라인 금융 거래, 계좌이동, 자문업 제도 등과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며 탄탄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시 초기 지인 영업과 이벤트 등으로 양산된 '1만원 계좌'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신중한 선택의 결과일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적립이 이뤄질 수 있다'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ISA 논의 단계에서 예상됐던 우려 중 해소된 부분도 있다. 금융위가 4월중 일임형 ISA의 비대면 가입을 허용키로 하면서 은행과 증권사의 창구 부담이 일부 줄어들게 됐다. 신탁 보수와 상품 수수료 중복 부담 문제는 개별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낮추며 개별 상품 가입 때보다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4월 온라인을 통한 일임형 가입이 허용된 후 가입좌수가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제도 성패의 1차 관문이 될 것 같다"며 "중장기적으로는 1년 후 얼마나 가입자가 유지되는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