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하는 콘크리트파일 시장
입력 2016.03.31 07:00|수정 2016.04.05 09:52
    M&A·IPO 통해 몸집 커지는 상위업체
    업계 4위 삼부건설공업 매각…시장 재편 움직임도
    "국내 건설경기 불확실", "파일 업황 최고점" 우려도
    • 콘크리트파일 시장의 지각변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건설경기 호황에 힘임은 파일업체들은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파일시장 점유율 4위인 삼부건설공업 매각에는 (주)동양을 비롯해 기존 파일업체 등 6곳이 인수의향을 밝혔다. 매각 결과에 따라 과점 체제로의 재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경기와 연동해 있는 파일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고점을 찍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를 모아야 하는 IPO 예정 기업들, 장기적으로는 하향 사이클이 시작된 파일 업계의 생존 전략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 IPO 통해 몸집 키우는 파일기업들

    • 업계 1위 대림씨엔에스(대림C&S)와 2위권인 동양파일이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대림은 약 1200억원, 동양파일은 800억원의 공모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에서 건설관련 종목은 관심 밖이었지만, 두 업체는 지난해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자신있게 IPO 도전장을 냈다.

      대림C&S는 공모를 통한 신규유입자금 약 500억원 중 300억원을 콘크리트 2차 제품분야 진출과 아시아 지역 조인트벤처 설립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동양파일도 공장 3곳에 대한 약 66억원의 신규투자를 준비 중이다.

      동양파일과 업계 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아이에스동서(IS동서)는 한 발 앞서 움직였다. IS동서는 지난해 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영풍파일을 인수해 생산능력을 늘렸다. 영풍파일 인수 이후 업계 2위였던 동양파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업계 5위인 아주산업도 지난해 충남 아산사업소에 대구경 콘크리트파일을 생산하는 공장을 준공하고 생산에 돌입하며 시장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삼부건설공업 M&A…시장 재편 가속화 움직임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삼부토건은 자회사 삼부건설공업의 매각한다. 삼부건설공업은 시장점유율 6% 내외에 불과하지만 이 회사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파일시장 구도가 또 달라진다.

      현재 파일시장은 상위 5곳(대림C&S·동양파일·IS동서·삼부건설공업·아주산업)의 업체가 점유율 절반을 나눠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삼부건설공업 인수 전에는 대림C&S를 비롯한 동종업체와 ㈜동양과 같은 신규사업자 등 총 6곳의 업체가 뛰어들었다.

      대림C&S가 삼부건설공업을 인수할 경우 시장의 25%이상의 점유율을 확보, 동종업체를 크게 따돌리며 지배적 사업자로 거듭나게 된다. 삼부건설공업의 공장은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해 있다. 대림C&S의 공장 3곳(용인시, 충주시, 함안군)과 겹치지 않는다. 운송비가 많이 드는 파일사업의 특성상 다수의 공장 확보는 물류비 절감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양은 지난 2013년까 현재 동양파일의 전신인 '㈜동양 파일사업부'를 운영했고 지금도 파일사업 운영에 대한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삼부건설공업 인수는 건자재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과정이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동양은 3년내 이전 모습을 회복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 "업황 고점 찍었다"

      파일업계의 확장만큼 업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최고점을 지났다는 시각이 많다. 국내 수요 의존도가 높은 파일산업은 국내 건설경기 및 주택 분양 시장 상황에 맞물려 움직이고 있다.

      파일시장은 2009년 금융위기로 주춤했지만 2012년 영·호남 지역의 분양 호조와 플랜트 수요 증가, 세종시 개발 등으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고 실적도 개선됐다. 특히 지난해 건설사들이 막바지 밀어내기식 주택 분양에 나서면서 파일 수요가 대폭 늘었다.

    • 하지만 이같은 호조가 올해부터 서서히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주택 인허가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해 ▲공동주택 분양 물량 감소 ▲민간주택 수주 감소 ▲지방 신규주택 공급여건 악화 등으로 국내 건설 수주가 저조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파일업체들의) 실적이 2016년에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IPO에 나선 파일기업들도 증권신고서를 통해 ▲주택경기 회복세가 신규공급 과잉에 의한 둔화 가능성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주책시장 악재로 인한 건설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파일업계의 업황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좋지 않았다"며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업황이 돌아섰다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일업체의 M&A를 통한 사업확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삼부건설공업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파일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한 현재 상황에선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