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투자 제2막 열렸다…A 380 중심에서 다변화 시작"
입력 2016.03.31 07:00|수정 2016.04.05 09:53
    항공기 투자 개척한 유병수 교보증권 IB대체부서장
    올해 첫 항공기 투자 주선, 2억달러 규모 B 777 화물기
    A 380 투자, 중고기 시장 형성 때까진 보수적 접근 예상
    "항공사 신용등급 의존 투자 한계…항공기 자체에 투자 무게둬야"
    "중·소형기 중심 투자 주선 계획…중국 항공사 수요 급증 주목"
    • 지난해 12월, 에미레이트항공이 사용할 슈퍼점보기 A 380 4대(거래 규모 1조2000억원)에 대한 국내 투자자 모집이 무산됐다. 그리고 올해 첫 국내 투자자들의 항공기 투자는 B 777 화물기였다. 2014년 싱가포르항공의 A 380을 시작으로 본격화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A 380 투자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 유병수 팀장

      유병수 교보증권 IB 대체투자부서장(사진)은 인베스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A 380 중고기 거래가 앞으로 1~2년 후에 시작될 예정인데, 그 때까지 국내에서 A 380 투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A 380 중고기 시장 형성을 확인한 후 투자하겠다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항공기 투자가 A 380에 집중된 이면에는 항공기 투자를 '항공기 담보부 대출' 또는 부동산이나 선박 투자의 대체 수단으로 접근한 영향이 컸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게 나오는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과 같은 중동의 국적 항공사와 달러화 기준 연 4% 이상을 받을 수 있는 A 380에 편중됐다. 동일인 여신한도도 차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A 380의 중고 시장 형성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과연 슈퍼점보기를 구매할 항공사가 몇이나 될 것인가', '중고기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면 중고 비행기 매각 손실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등이 그것이다. 투자 한도 소진, A 380 중고기 시장 형성 우려 등으로 지난해 말 A 380 4대에 대한 투자 주선은 없던 일이 됐다.

      유 부서장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올해 국내 항공기 투자는 '유동성이 좋은' 중·소형기가 중심이 되고 결과적으로 국내 항공기 투자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형기의 선순위 투자 수익률은 A 380의 절반 정도로, 투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선 '항공사'가 아닌 '항공기'를 중심에 놓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는 "항공기 담보부 대출에서 벗어나 항공기 자산에 주목하는 에셋파이낸싱(Asset Financing)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투자를 경험한 곳들은 지분(Equity)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중국 항공기 시장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유 부서장은 "중국 내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중국 국적 항공사들의 항공기 발주가 늘고 있다"며 "중국 항공사가 사용할 비행기에 투자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수 부서장은 미래에셋증권, 하이투자증권을 거쳐 지난해 교보증권에 합류했다. 선박금융 전문가였던 그는 조선·해운 경기 악화 이후 유지파트너스와 함께 항공기 투자 시장을 개척해왔다. 2014년 싱가포르항공의 A 380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 3억달러 규모의 에티하드항공 A 380 1대, 9월 에미레이트항공에 빌려줄 A 380 1대, 10월 싱가포르항공의 A 330 2대 등의 투자를 주선했다.

      -지난해 1조2000억원 규모 A 380 4대 투자 주선에 실패했다.

      "2대 주선은 가능했지만 에미레이트항공이 중동 현지에서 파이낸싱을 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성공했다면 국내 대체 투자 사상 1조원이 넘는 상징적인 거래가 됐을 것인데 아쉽다.

      우리나라의 항공기 투자는 자산(Asset)이 아닌 리스료를 낼 항공사와 국가의 신용등급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항공기 투자라기 보다는 담보부 대출 성격이 짙다. 국내 기준으로 신용등급 AA를 받을 수 있는 항공사, 즉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가능한 곳은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싱가포르항공, 핀란드항공, 카타르항공 정도다.

      그러다 보니 특정 항공사에 투자가 집중될 수 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에미레이트항공에 대한 투자가 많았다. 이 점이 연말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준 것 같다. 다른 원인으론 A 380의 중고기 시장 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작용했다."

      -A 380 중고기 시장 형성은 어떻게 봐야 하나.

      "중소형 기종과 달리 A 380은 슈퍼 점보급이고 아직 중고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싱가프로항공이 2007년 10월에 첫 A 380 상업 비행을 시작했는 데 비행기 보유 연한을 감안하면 2017년이나 2018년에 첫 중고기 매각이 있을 예정이다. 이 때까지는 국내 투자자들은 A 380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 같다."

      -A 380 중고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금융구조에 따라 다르겠지만 A 380의 15년 후 잔존가치를 400억원으로 설계하면 인수자가 부담할 금액은 비행기 재단장 비용 400억~500억원을 포함해 900억원 정도다. 중고기는 인수 후 상업 비행 전에 제조사의 정비와 재도색 등을 거친다.

      에어버스는 중고시장이 열리기에 앞서 재단장 비용을 표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작업이 완료되면 재단당 비용을 200억원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산술적으로는 600억원에 A 380을 확보할 수 있다. 중고기 거래는 활발할 것으로 생각한다."

      -A 380 중고기의 수요자는.

      "특히 저가항공사(LCC)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다. 그간 슈퍼점보기 시장에서 활약해 온 보잉사의 747을 중고로 구매해 사용해 온 항공사들의 A380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에어버스도 이 수요에 대비하고 있으며 교체 수요가 있는 항공사를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

      -항공기 투자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거 같다.

      "지난해까지 항공기 투자는 1세대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항공사의 신용등급을 더 많이 봤다. 그러나 이미 투자를 경험한 곳들은 항공기를 하나의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는 점이 고무적이다. 대출채권 투자가 아닌 지분(Equity) 투자에 대한 관심을 감안하면 올해부터는 항공기 투자의 2막이 열릴 것으로 본다. 항공기 투자 수익의 대부분이 지분 투자자들이 가져간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알기 시작했다.

      이 단계가 지나면 공모 펀드 및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한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 조성도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가장 성숙한 시장이 되는 것이다."

      -올해 항공기 투자 주선 계획은.

      "11일에 에티하드항공이 사용할 화물기 B 777 1대에 대한 투자 주선을 완료했다. 국내시장에선 올해 첫 투자일 것이다. 거래금액은 2억달러이고 주로 보험사들이 투자했다. 투자기간은 15년, 금융리스 형태다. 달러화 기준 수익률은 4%대다.

      지난해 A 380 투자 주선이 많았지만 올해는 B 777을 비롯해 유동성이 좋은 A 330, A 350 등 와이드 바디(Wide Body, 2열 이상 복도를 가진 비행기)와 B 737, B 321 등 내로우 바디(Narrow Body, 기내 통로가 1열인 비행기) 등으로 투자 주선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 항공사의 항공기 금융 주선 기회도 엿보고 있다."

      -중국 항공사 투자는 어떤 관점인가.

      "중국의 항공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고 특히 중국내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 수요가 크다. 지역간 항공 수요에는 내로우 바디(Narrow Body) 기종에 대한 발주가 많다. 관련 금융 수요를 중국 내에서 다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다. 반면 중국내 주요 항공사들의 수익성은 좋은 편이다. 텐진자유무역구에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비행기를 구매하고 중국 항공사에 빌려주는 방안도 생각해보고 있다. 중국내 규제, 정책 변화에 따른 위험 등을 고려해야 해 당장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

      -올해 국내 항공기 투자 예상 규모는.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2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