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인수가 제시해도, 8000억원에 밀릴 수 있다
입력 2016.03.31 13:48|수정 2016.03.31 15:05
    매각측, '순입찰금액'에 따라 평가하기로 원칙 정해
    가격조정-손해배상 제안범위 따라 순위 뒤바뀔 수 있어
    • "현대증권 인수가격으로 8000억원을 제시했지만 매각측에게 적용되는 진짜 입찰금액은 최대 8240억원이 될 수 있다."

      언뜻 이해가 안가지만 이번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을 놓고 보면 이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언급된다.  1조원을 써냈어도 부가조건에 따라 실질금액이 8000억원 초반으로 하락할 수 있다. 거꾸로 더 낮은 금액을 써냈어도 실질 금액은 오히려 이를 상회할 수 있다.

      이는 매각측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제시한  '순입찰금액'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그룹(AKTIS Group)을 매각측이 아직까지 배제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매각측은 본입찰 제안가격과 관련해 '가격조정한도 1%' , '손해배상한도 2%'를 합쳐 총 3%를 제시했다. 경쟁입찰을 통해 치러지는 M&A에서는 가격조정한도는 5%, 손해배상한도는 10% 정도가 최저치로 제안되는 경우가 많다.

      매각측은 3% 이상의 한도를 제시하는 인수후보들에게는 별도로 계산법을 적용해 입찰가격을 평가하겠다고 안내했다.

      인수후보가 가격조정한도 5%, 손해배상한도 10%로 제안하면 높게 제시한 비율의 차이(5%-1%=4% 및 10%-2%=8%) 만큼을 총입찰금액에서 제외한다. 이렇게 산출된 가격이 '순입찰금액'이고 순입찰금액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반영한다. M&A 종결 이후 발생가능한 리스크까지 감안한 가격을 기준으로 인수자를 뽑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내용은 본입찰전 배포된 '입찰안내서'에 명시돼 있다. 인수 후보들이 1조원 내외로 입찰금액을 제시했을 경우, 순입찰금액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 A 인수후보가 입찰금액으로 9800억원을 제시했지만 가격조정한도와 손해배상한도를 각각 10%씩을 원한다면 순입찰금액은 8134억으로 하락한다. 반면 C사가 7900억원을 제시하고, 모두 0%를 냈다면 순입찰금액은 8137억원으로 더 높은 값이 나온다. 실제로 이 같은 입찰이 이뤄졌다면, 입찰금액을 높게 쓴 A사보다 오히려 C사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순입찰금액이 높다고 해서 현대상선이 실제로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 결과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기업의 영업이익과 실제 벌어들인 돈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영업이익이 회계적 기준에 따른 결과물이듯, 순입찰금액도 기준에 따른 평가금액이다.

      한 인수전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순입찰금액은 기업 인수 거래에서 맹점 또는 약점"이라며 "A 후보는 이같은 부분을 깊게 고려하지 않았고 C사는 맹점을 파고 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후보들의 입찰금액 차이가 매우 크고, 특정후보가 1조원대를 크게 뛰어넘는 월등히 높은 입찰가격을 써냈다면 이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가격차이가 크지 않고 다른 인수조건이 동일하다면 매각측은 기준에 따라 C사를 인수 후보로 선택해야 할 수 있다. 당장에 더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A사다.

      현대증권 매각측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배경이 이와도 관련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상선과 매각주관사인 EY한영, 채권단은 다음달 1일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은 28일이었지만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29일로 연기했고, 다시 1일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