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원칙 흔들렸다"…사실상 프로그레시브딜 전개
입력 2016.03.31 17:00|수정 2016.03.31 18:34
    일부 인수후보 '특별손해배상' 언급…매각측 금지 사항
    매각측, 인수 후보측 개별접촉 통해 조건 수정 지속
    "특정 후보에게 유리해졌다"는 불만도
    • "'특별손해배상(Special Indemnity)'조항에 관한 언급은 인수후보 결격 사유"라고 현대증권 매각측이 본입찰 전에 안내했지만 일부 후보들이 이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매각측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응찰가격 변동만 없을 뿐, 세부적인 인수 조건 수정을 통한 프로그레시브딜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특별손해배상은 인수 후 예상치 못한 특별한 손해에 대해 매각자가 인수자에게 배상하는 것을 말한다. 매각측은 매각 후 있을 책임 발생에 따른 현대상선 구조조정 영향을 없애기 위해 이 부분에 대해 언급 자체를 막아버렸다.

      31일 현대증권 매각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비가격요소 에서 검토되고 있는 부분은 인수후보들이 제출한 '진술과 보장항목'"이라며 "해당 항목에는 매각측에서 일부라도 제시한 바와 어긋나는 사항이 발생하게 되면 거래 종결 전에 계약이 해제될 수 있도록 들어가 있어 법률자문사의 요청으로 이 부분을 보다 명확히 하고 있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이날 오전에 이와 관련한 작업이 일단락됐다. 현재 매각측은 다음달 1일 발표를 앞두고 최종 검토중이다.

      IB업계의 관심은 '특별손해배상'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이 있으면 인수 후보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사전에 안내했지만 일부 후보들은 이를 직·간접적으로 명시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후보들은 특별손해배상을 언급해도 매각측 이를 이유로 인수후보에서 제외할 수 없는 상황을 알고 이 같은 조건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매각은 현대상선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어 늦어도 6월말까지 이뤄져야 하며 제한적인 경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매각 측도 이 같은 이유로 인수 후보에서 제외할 경우 협상력 약화와 함께 거래 자체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일정을 연기하면서 인수 후보들과 이 부분이 포함된 진술 및 보장을 조율해왔다. 무엇보다 특별손해배상을 언급한 인수 후보들이 제시한 가격이 매각측의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버릴 수 없는 후보란 얘기도 있다.

      문제는 '거래 원칙'이다. 결격 사유가 있는 후보에게 현대증권 인수 기회를 주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또 특별손해배상 조항 등에 관한 수정이 있으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도 달라지게 된다. 매각측이 프로그레시브 딜은 없다고 했지만 조항 및 조건 수정에 따라 실질 거래 가격이 변하면 프로그래시브 딜과 다를 게 없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매각측이 다른 인수 후보들에게 사전 양해 없이 특정 인수후보에게 특별손해배상 부분에 관한 조건 수정을 요구했다면 매각 원칙 위반"이라며 "이에 대해 직·간접적인 언급이 없는 후보가 있을 경우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 거래 관계자는 "KB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 사모펀드 액티스그룹(AKTIS Group) 가운데 입찰안내서대로 특별손해보상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곳이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한 곳이라도 이번 매각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매각 후에도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대증권은 자본금 3조원대 증권사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 매물이며, 금융지주회사 2곳뿐만 아니라 액티스그룹도 인수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인수에 실패할 경우 대내외적인 이미지 상처는 물론이고 증권업 분야의 경쟁력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매각주관사는 EY한영, 법률자문은 법무법인 광장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