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신상품 출시 ‘봇물’…들여다보면 유사상품만 넘쳐
입력 2016.04.12 07:00|수정 2016.04.12 07:00
    유병자 간편심사·한방보험 봇물
    이미 나왔거나, 기존 상품과 큰 차별화 없어
    가격차별화한 상품 나오기 까진 시간 걸릴 듯
    • 최근 보험사들이 신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유사 상품만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 규제완화에도 불구,  다양한 상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통계자료 부족과 지나친 경쟁에 대한 우려로 보험사들이 쉽사리 차별화에 나서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달부터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보험가격이 자율화됐다. 보험상품 사전신고제도 사라졌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한화생명 ‘프라임통합종신보험’, 교보생명 ‘교보하이브리드변액종신보험’,미래에셋생명 ‘꽃보다건강보험’, 동부화재 ‘한방애건강보험’ 등이 최근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 유병자 간편심사보험과 한방보험이 주류를 이룬다. 유병자 간편심사 보험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을 앓고 있어 보험가입이 힘들었던 고객들에게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보험 가입을 할 수 있게 한 상품이다. 한방보험은 그간 건강보험에서 보장되지 않았던 한방까지 포함해 한약과 약침 치료비를 보장해 준다.

      하지만 유병자 간편심사 보험은 이미 작년부터 현대해상이 ‘모두에게간편한건강보험’이란 상품을 선보인 적이 있다. 한방보험도 기존 건강보험에 한방치료를 포함시키긴 했지만, 보장수준 등을 감안할 때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다.

      한 보험설계사는 “한방보험은 보장내용이 한약, 약침 등 일부에 한정돼 기존 건강보험과 보장내용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이 기대한 가격차별화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위험율 산정을 위한 통계자료 부족과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의존했던 기존관행을 탈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단 설명이다.

      한 보험사 상품개발 담당자는 “가격을 인하하면 판매는 늘어도 수익이 감소될 수 있고, 높은 가격은 판매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적정 가격을 찾기가 어려워 가격차별화에 섣불리 나서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보험사간 과당경쟁을 불러올 소지가 있는 점도 보험사들이 앞다퉈 가격차별화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거론된다. 유사 상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한 업체가 가격인하를 통해 고객을 끌어간다면 다른 업체도 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업체들은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보험사들은 당분간은 기존상품에 새로운 보장 내용을 더한 상품 출시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전신고제도 철폐로 경쟁사의 상품의 판매 추이를 보고, 이와 유사한 상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패턴도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규제완화가 단시일 내에 보험업계의 변화를 유도하기 보단 중장기적으로 보험사간 경쟁요인으로 부각할 것이다”라며 “일부 대형사의 경우 가격차별화에 기반한 상품도 고민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흐르면 업체간 상품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