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만 무성한 회사채 시장 활성안…큰 효과 기대 어렵다
입력 2016.04.12 07:00|수정 2016.04.12 12:01
    금융당국 연초부터 여러 방안 검토
    회사채 신속인수제 재부활 등은 효과 없어
    총선 이후 구조조정 여파 대비해야
    • 금융당국은 연초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 수립에 착수해 현재까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총선이 다가오자 이 논의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총선 종료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일부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채권시장에 미칠 여파를 고려한 목소리다.

    •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1분기가 지나는 동안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시장에 민감한 부분이라 여러 상황을 봐가며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라며 "검토 중인 사안들을 밝힐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부정확한 정보를 공유해 시장에 혼란을 가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그간 시장에서 거론된 금융당국의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은 ▲회사채 신속인수제의 부활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A급 회사채 매입 확대 ▲A급 회사채의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편입 정도다. 구체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방안들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모두 실효성이 적거나 현실화하기 어려운 방안들이다.

      지난 2013년 부활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채권은행, 신용보증기금, 증권업계가 기업들의 만기도래 회사채 중 80%를 만기연장해 준 제도다. 당시 주요 수혜기업은 동부제철, 현대상선, 두산건설 등이었다. 유동성 지원이라는 취지로 제도가 시행됐지만, 이후엔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산은이 A급 회사채 매입 규모를 늘리는 방안은 산은이 해당 회사채의 20~30%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기업이 자체상환하는 구조가 언급됐다. 이 방안은 산은이 현재도 A급 회사채 발행규모의 상당 부분을 인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원규모도 턱없이 부족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A급 회사채 경우 지원규모가 적어도 절반은 넘어야 효과가 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우량 회사채 시장에 단비 역할을 하고 있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A급 회사채를 편입시키기도 어렵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A급 회사채까지 유입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A급 회사채가 편입되는 비중만큼 BBB+급 회사채의 발행이 막힐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설정액은 공,사모를 합해 지난 28일 기준으로 2조2751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펀드 자산의 45%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에 투자하는 대신 기업공개(IPO) 공모주 물량 중 10% 가량을 우선 배정받는다.

      금융당국은 딜레마다. 자체여력으로 회사채 상환 또는 차환이 어려운 기업들에 유동성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미 국책은행이 많은 짐을 지고 있고, 증권업계, 신용보증기금 등도 차환지원을 통해 위험을 함께 분담하며 해당 기업을 지원해왔다.

      이러다 보니 정책이 나오는 타이밍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A+등급의 기업 중 일부는 기업어음(CP)을 겨우 발행하고 있을 정도고 대부분 정부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이러한 대책들이 나오려면 연초에 나왔어야 했는데 늦어진 감이 있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둔 시기인 만큼 금융당국이 회사채 시장 활성안을 놓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총선 이후에 구조조정 소문만 무성했던 다수의 기업이 방아쇠를 당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 경우 채권시장에 가해질, 예기치 못한 여파에 대비해 회사채 시장 제도를 놓고 손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금융당국의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기대감을 어느 정도 접어야 한다. 금융당국의 방안이 어떠한 방향으로든 확정되기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묘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올해 대규모 회사채 만기를 맞는 기업들은 총선 이후 변화할 시장 환경을 미리 예측한 이후 자금조달안을 짜놓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