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정리 후 물산이 전자 최대주주로 올라설 듯
금융계열사 지분은 보유 자사주만으로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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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만 무성하게 제기되던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현실화됐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방산·화학 빅딜 등 비금융부문 정리를 어느정도 마무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지배고리이자 취약점인 금융부문 개편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 현재 전자 지배구조, 규제 개편에 '위태'
삼성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이다. 금융회사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라는 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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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과 공정거래법에 의해 삼성그룹의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내부지분율 15% 이하로 제한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등 일부 안건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규제 개편에 따른 불안정성도 크다. 보험업법상 계열사의 주식 및 채권을 약 7조원 규모(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 삼성생명이 14조원 규모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건 보험업법만 취득가액으로 자산을 평가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증권 등 다른 금융사들은 모두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있으며, 보험사도 공정가치로 평가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게다가 2020년 보험사에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와 부채평가를 장부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바꾸는 솔벤시Ⅱ(Solvency Ⅱ) 규제가 도입되면 계열사 지분은 삼성생명 재무건전성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 지배력 강화하며 전자 주주구성 바꿀 수 있어
삼성그룹은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여기서 나오는 여력으로 삼성전자 주주 구성을 바꾸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생명에 대한 그룹 지분율은 47%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10.21%에 달하는 자사주도 활용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현물출자를 통해 삼성생명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며 삼성생명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60~7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지배여력을 바탕으로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유동화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면 비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구도가 더욱 단단해진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전자 주식 2.2% 이상(특별계정 제외)을 삼성물산에 넘기면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지며 금산법 위반 논란에서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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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삼성금융지주(가칭)가 직접 삼성전자 지분을 소유할 순 없다. 금융지주회사법 제6조의3은 금융지주사의 비금융계열사 지분 보유를 금지한다. 전환시 소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은 2년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다만 자회사는 가능하다. 금융지주회사법 제 19조 및 제25조는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에 따라 자회사가 최대주주가 이난 경우에는 '지배'로 보지 않는다. 2대 주주 정도로만 지분을 낮추면 계속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생명사업회사가 보유할 전망이다. 물론 현재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삼성생명 보유 지분을 줄이고 삼성물산 보유 지분을 늘리는 거래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 7년 내 금융·비금융 지분 정리해야…여유 '충분'
시간적 여유는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최대 7년(5년+2년 연장 가능)의 기간이 주어진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한 대비도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금융시장 일각에 생명 보유 전자 지분 및 물산 보유 생명 지분의 유동화 소문이 일부 돌기도 했다.
금융지주회사 설립 후 금융계열사 내 지분 정리도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금융지주는 자회사 요건(상장사의 경우 지분율 30% 이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삼성화재 지분 15%와 삼성증권 지분 18.8%를 매입해야 한다.
삼성화재가 보유한 16%의 자사주만 지주가 사가면 자회사 요건 충족이 가능하다. 삼성증권 역시 11%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화재가 8%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계열사간 거래만으로 자회사 요건 충족이 가능하다. 매입에 필요한 자금만 마련된다면 언제든 거래가 진행될 수 있다.
이외 계열사 지분 중 정리가 필요한 건 호텔신라(7.8%) 정도다. 이는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계열사 소수 지분은 굳이 매각하지 않고 삼성생명사업회사에 남겨둬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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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4월 12일 11:2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