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한 번 못해보고"…코파펀드, 줄줄이 청산한다
입력 2016.04.14 07:05|수정 2016.04.20 14:51
    동원·한화 코파펀드 투자기간 내 실적 없이 자동 청산 수순
    KT·SK·LS 등도 올해 투자기간 만료되지만 투자 집행 불투명
    기업 해외진출 의지 낮고 조건 까다로워…중소중견만 활발
    •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를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이하 코파펀드)의 성과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낮은 투자의지와 까다로운 투자조건으로 인해 한 건의 투자도 없이 청산하는 경우도 나오는 실정이다.

      동원그룹의 ‘동원케이디비이큐피글로벌투자파트너쉽’ PEF는 지난달 투자기간 만료로 청산됐다. 4년의 투자기간 동안 한 건의 투자도 집행하지 못할 경우 자동 소멸되도록 한 약정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12년 코파펀드 결성돼 올해로 4년째를 채우는 KT, SK, LS 등 그룹도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동원그룹 코파펀드와 같이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교직원공제회와 한화그룹이 내놓은 ‘케이디비에이치더블유아이글로벌엠앤에이’ PEF도 다음달 투자기간(3년) 만기를 앞두고 있으나 투자할 계획이 없어 사실상 청산 상태다.

    • 국민연금은 전광우 이사장 재임기인 2011년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과 국민연금이 1대 1로 자금을 매칭하는 코파펀드 결성에 열을 올렸다. 지난 2월말 기준 금융감독원에 등록돼 있는 국민연금 코파펀드만 16곳에 달한다.

      KT&G와 포스코, GS건설, 한국전력, 풀무원 등이 해외 기업에 일부 자금을 집행했고, 최근 CJ그룹도 중국 룽칭물류 인수에 코파펀드를 활용했다. 그러나 전체 코파펀드 약정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KT&G와 포스코, GS건설은 투자기간 만료로 추가 투자가 어렵다.

      국민연금은 2014년 공동투자계약을 맺은 기업이 아닌 다른 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투자한도를 20%에서 30%로 늘렸다. 아울러 관리수수료 지급 기준을 약정총액에서 투자잔액으로 손질하는 등 코파펀드 투자를 독려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 코파펀드 결성을 통해 얻는 것은 세계 시장에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을 알리는 효과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코파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 변동성이 심화하고 기업들의 해외 투자의지도 약한 시기에 코파펀드가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며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기업이 국민연금에 앞서 부담을 지게 되는 등 조건도 까다롭다”고 코파펀드 투자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투자처 물색이 전적으로 기업에 달려있는 만큼 기업의 의지가 없다면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파펀드는 약정액의 20%는 국내에도 쓸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해외 진출 지원이라는 명분 때문에 국내 투자 시 논란이 있어왔다.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 동원그룹의 테크팩솔루션 인수, 한화그룹과 삼성그룹간 빅딜에서 코파펀드 활용이 점쳐졌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PEF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로선 코파펀드 활용 시 국민연금에 7%의 내부수익률을 맞춰줘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에 따른 제한도 있다. 코파펀드는 통상적으로 사원총회의 특별결의가 없으면 하나의 투자 건에 총 약정액의 2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많아야 5곳에 투자할 수 있다. 한 코파펀드 운용사는 작은 투자 규모 때문에 기업의 해외 투자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소중견 코파펀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기업 코파펀드처럼 전략적투자자(SI)와 함께하는 형태가 아니라 통상의 블라인드펀드와 유사하다. 운용사의 역량에 따라 투자 집행이 이뤄진다. 해외 기업 인수에 공동 투자하거나 해외 사업을 하는 회사에 자금을 투자한다는 목적은 있지만, 국내 투자 제한도 대기업 코파펀드보다는 유연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