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절벽 현대중공업, 내년 곳간 어떻게 채우나
입력 2016.04.14 07:10|수정 2016.04.14 09:21
    수주잔고 비어가는데…내년 회사채 만기규모 6000억
    남아있는 보유지분 매각해도 1000억~2000억 수준
    현대오일뱅크·하이투자證 활용 필요성↑
    • 수주절벽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올해는 중요한 한 해다. 수주잔고를 채우는 일도 시급하지만, 무엇보다 내년에 대규모로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을 위한 유동성 확보에 대비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억달러(약 3500억원) 규모의 외화사채를 갚아야 한다. 지난해 공모채 만기도래분(8000억원)과 비교해 상환부담이 크게 줄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거론하며 "현대중공업이 올해는 (흑자전환에 집중하며) 어느 정도 버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현대중공업의 회사채 만기도래분은 2017년에 다시 6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올해보다 유동성 확보가 더 시급해진다. 하지만 회사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수주잔고는 대형조선사 중 가장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작년 한 해 해양부문 수주잔고가 전년 대비 30억달러가량 감소했다. 지난달 경영진이 직접 나서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도크가 비어가고 있다"고 공표했다.

      현대중공업은 차환발행을 하거나 자체자금을 활용해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어느 쪽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회사의 신용등급이 A+까지 하락한 탓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대중공업은 AA등급의 지위를 잃으면서 '부정적' 등급전망을 달았다. 추가 등급하락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내부자금이 적은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1조332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조선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수 천억원에 달하는 선박 여러 척을 한 번에 건조한다. 이 정도 수준의 현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을 항상 보유한 상태로 대규모 자금 유출입에 대비해야 한다.

      영업활동을 통한 자금 마련은 더 어렵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개별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 2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반영하며 9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발주사에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가 아직 4조원이나 남아있다. 충당금으로 쌓이지 않는 미청구공사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보유지분 매각이나 계열사 활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보유지분을 팔아 1조원을 넘게 조달했다. 지분매각 카드는 거의 소진된 셈이다. 결국 수년간 답보상태인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가 유일한 재무구조 개선 카드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규모는 3조~4조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초에는 현대오일뱅크의 매각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회사는 이를 부인하고 IPO에 무게를 뒀다. 상대적으로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매각도 곧 가시화할 것이라 보는 시장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시장은 현대중공업이 타이밍을 살피며 유동성 위기에 부딪히기 전에 현대오일뱅크 IPO와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아직까진 큰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라며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계열사를 시의적절하게 활용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