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한진해운 조건부 자율협약 추진…"상황 심각하다"
입력 2016.04.21 11:30|수정 2016.04.21 11:30
    업황 악화·운임하락…당국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
    "조건부 자율협약 외에 달리 대안없다"
    채권단 "자산매각·계열사 추가 지원 여력 소진"
    • 금융당국이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용선료 재협상과 회사채 상환 부담 축소를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 체결로 방향을 잡았다. 자산 매각과 계열사 지원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채권단도 현재 상황에선 조건부 자율협약 체결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부채와 용선료 부담은 과중한 반면, 업황 악화와 운임 하락은 계속되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조건부 자율협약을 추진하는 것 외에 다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에 비해 여유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사 결과는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업황 침체로 회사채를 비롯한 차입금 상환과 용선료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고, 앞으로도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채권단이 추가 자금을 지원해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앞서 관계자는 “한진해운 부채 5조6000억원 중 금융권 협약채권자 비중은 30%에 그친다”며 “과거처럼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하고 빚을 떠안는 것은 국가 경제에 부담만 지우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4.13 국회의원 선거 이후 기업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고 있다. 과거처럼 채권단의 추가 지원식 구조조정이 아닌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히고 있고, 정치권 역시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진해운에 대해 조건부 자율협약으로 방향을 잡은 배경은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체제로 운영되는 컨테이너선사의 특성상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 시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생절차 밖에서 회생절차에 준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차입금 및 용선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일부 선주와 용선료 인하 협상의 효과도 미미하다는 평가다. 전체 선주를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채권단도 같은 판단이다. 이미 지난달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의 인식을 전하며 대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이미 자산매각 등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다 내놨고 계열사 지원도 더 이상은 어려울 것”이라며 “현대상선과 같이 선주와 사채권자를 상대로 어려운 협상을 진행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채 감축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면 회생절차가 불가피하지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모두 회생절차로 가는 것은 가정하지 않고 있다"며 "한진해운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추진하면 살아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관계자는 "산업은행(주채권은행)과 재무개선 방안을 협의 중이며 (조건부 자율협약 체결 등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