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열풍이 삼성·현대차·LG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16.04.22 07:00|수정 2016.04.22 17:36
    '모델3' 가성비 우수…현대·기아차 전기차 판매량에 직접 타격 예상
    삼성SDI·LG화학 등 배터리 업체 타격은 미미
    • 테슬라(Tesla)의 신형 전기차 ‘모델3’ 출시로 전세계에 다시 테슬라 열풍이 불고 있다. 예약접수 일주일 만에 예약자 수 32만명(매출 16조원 이상)을 넘어섰다. 테슬라 열풍이 현대·기아차는 물론 삼성SDI·LG화학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도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효과가 미풍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3 출시계획 발표 이후 국내 전기차 관련 이슈는 테슬라에 집중되고 있다. 테슬라 모델3의 출시가격은 3만5000달러(약 4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완전 충전 주행거리는 350킬로미터(km)에 이른다. 국내 증권사들은 테슬라를 주제로 하는 보고서를 쏟아냈고, 테슬라 관련 기사들이 연일 쏟아졌다. 최근 열린 각종 컨퍼런스와 포럼에서도 업계 관계자 및 투자자들의 관심은 테슬라에 집중됐다.

      현대·기아차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체로 많았다. 기아차는 지난해 레이·쏘울 전기차를 출시했고, 현대차는 올해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제외한 차량가격은 4000만원 이상으로 테슬라 출시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시장에선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모델들이 브랜드파워는 물론 가격·연비 경쟁력 측면에서 테슬라 모델3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현대차는 국내에도 불고 있는 테슬라 열풍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권문식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열린 한국자동차공학회 리더스포럼에서 “테슬라가 잘 팔리는 것이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며 “우리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전반적인 전기차 시장의 외연을 확장시킨 점은 경쟁사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차 구매수요는 물론 동급 일반 차량을 구매를 고려하는 수요까지 테슬라 모델3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며 “테슬라 모델3 출시가 예정된 2017년말까지 수요가 이연돼 중단기적으로 현대·기아차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LG화학·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들도 테슬라 열풍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드러냈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이 지난해 전체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36.6%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업체들이 받을 타격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테슬라의 원통형 배터리는 전통적 방식의 배터리이기 때문에 개선될 수 있는 여지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각형·파우치형의 배터리가 용량개선 비용절감 면에서 원통형의 경쟁력을 많이 따라잡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확장 전략을 펼치면서 동시에 파우치형배터리 개발에도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종훈 LG화학 수석부장은 SNE리서치 주최로 최근 열린 한국전기차컨퍼런스에서 “모델3의 출시가격에 이 정도 수준의 배터리 기술이 정말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아직 2년 후의 일이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올해 중 출시 예정인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볼트’에 1회 충전-321km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2018년 이후부터는 파나소닉의 테슬라향 전기차배터리 성능을 따라잡겠다는 입장이다. 오동구 삼성SDI 부장은 “2020년부터는 소형전기차 기준 500km 주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셀을 개발할 계획이고 고속충전시간은 15분으로 단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테슬라 열풍이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부적으로 경영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테슬라의 비중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지난해에만 7억1163만달러(약 86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테슬라의 경영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 공급업체인 파나소닉에 배터리 대금 정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한 “테슬라는 하나의 자동차 회사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년 경쟁사들의 전기차 생산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2020년으로 갈수록 전기차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희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핑 첸 북경기차(BAIC) 연구원은 “테슬라는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하이엔드 위주의 니치마켓에 불과하기 때문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라인업 확대·가격 축소·사후서비스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