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유암코, 기업구조조정 ‘메기’ 될까
입력 2016.04.25 07:00|수정 2016.04.26 09:25
    단순 NPL 투자에서 부동산·공개입찰까지 영역 확장
    협조의지 낮은 주주은행…새로운 영역 물색 불가피
    시장 활성화 혹은 교란…향후 성과 놓고 엇갈린 시선
    • 유암코가 부실채권(NPL) 투자를 통한 간접적인 구조조정에서 탈피해 기업 인수의 전면에 나섰다.

      정부는 유암코를 통해 시장친화적 구조조정 시장을 형성하고, 민간 자본의 참여가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구조조정 시장의 유암코 '메기론'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유암코가 '미꾸라지'가 될 수 있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정체성과 업무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아, 민간 자본과 충돌하고 구조조정 시장 질서를 흐트러놓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얘기다.

      ◇부동산부터 기업인수까지…전방위 구조조정 투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구조조정 시장의 '운영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힘을 실어주자 유암코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은행으로부터 NPL을 묶어서 인수할 때와 달리 개별 자산의 인수전에 자주 이름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기업 구조조정 1호 투자대상인 오리엔탈정공의 채권금융기관 협약채권을 인수했다. 2호와 3호 기업인 영광스텐과 넥스콘테크놀러지는 실사를 마치고 채권단과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암코는 국제종합기계 인수에도 참여한다. 인수자인 동양물산기업과 손잡은 민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키스톤PE에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한다.

    • 회생기업 동부건설 인수전에는 단독으로 참여했다. 사회에 미칠 영향력이 큰 기업을 조기에 회생시키고 기업 가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NPL 투자로 확보하게 된 부동산 자산을 개발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 밖에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회생기업 삼부토건의 핵심자산인 벨레상스호텔 인수도 검토했고,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건설한 랜드마크72 빌딩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대주단의 채권회수율을 높이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구조조정이 일환이고, 간접적이나마 경남기업의 회생종결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유암코는 구조조정과 연관이 있다면 전부 투자하는 모습이다.

      ◇주주은행 "왜 유암코에 협조해야 하나요?"

      어떻게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은 유암코와 달리, 은행들은 "구조조정이 이뤄져 회생하는 기업을 왜 유암코에 넘겨줘야 하냐"며 냉랭한 반응이다.

      유암코의 구조조정 기능은 은행들이 원했던 방향이 아니었다. 정부는 지난해 구조조정전문회사를 신설하려 하자 은행들이 출자 부담을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자 정부는 유암코 매각을 철회하고 기업구조조정 기능을 부여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출자 부담은 덜었지만, '구조조정은 자체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유암코는 은행이 처리하기 힘든 악성 부실기업에 국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은행들의 생각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유암코의 투자대상 기업은 모두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업체로만 채워졌다. 시중은행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자 결국 국책은행이 먼저 나설 수밖에 없었다. 구조조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단순 출자 형태의 참여도,은행으로부터 인수할 대상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선 불가피한 시도로 보인다.

      사실 조기에 성과를 내야 하는 유암코도 처음부터 어려운 과제(기업)를 떠맡을 처지가 아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새 주주로 참여하고 대출약정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지만, 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안에 비하면 큰 힘을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 구조조정을 맡은 이후 유암코는 내부 인력을 조정하고 외부 인력도 영입하고 있다.

      ◇시장 활성화 vs 질서 교란…예상 엇갈리는 유암코 식 구조조정

      유암코의 전방위 구조조정 참여는 '구조조정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은행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당초 유암코에 부여된 역할은 오리엔탈정공 등 은행권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며 "이들 기업에만 집중해도 성과를 낼지 불투명한 판에 다른 영역까지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또 "민간 시장에서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는 동부건설, 채권단에 돈이 흘러 들어간다는 의미 이상을 갖기 어려운 랜드마크72와 벨레상스호텔 등에 대한 투자 검토는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며 "유암코의 정체성과 활동 영역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금융당국과 유암코는 다양한 구조조정 참여가 시장을 활성화하고, 민간 자본의 참여도 이끌어내 새로운 구조조정 시장 형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암코 관계자는 "유암코의 동부건설과 벨레상스호텔 투자 추진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며 각각 예비입찰 흥행 및 공매 성공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국제종합기계 사례처럼 민간 PEF 운용사에 동등한 기회를 주고 협력해 나가며 민간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맡기 위해 존속하게 된 만큼 유암코에 다양한 방식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모든 투자에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구조조정 시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는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