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에 건전성 ‘빨간불’ 켜진 롯데손보
입력 2016.04.25 07:00|수정 2016.04.25 07:00
    저조한 이익규모 지속
    재무건전성, 업계 최하위
    앞으로 그룹의 지원여부 관심사
    • 롯데손보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업계 최하위다. 재계 순위 5위 그룹의 보험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동빈 체제 굳히기에 나선 롯데그룹이 핵심사업으로 '금융'을 꼽은 만큼 롯데손보를 어떻게 이끌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014년(순이익 25억원)보다 실적이 다소 개선됐다. 하지만 2009년 15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정점으로 적자와 100억원 수준의 이익규모를 오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 업계 최하위의 자본건전성도 골칫거리다. 롯데손보는 지난해말 기준 144.4%의 지급여력(RBC)비율을 기록하며 업체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RBC비율이 25%포인트 하락했다. RBC비율 개선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저조한 실적 탓에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다.

      그룹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에 재무건정성을 높이기 위해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최대주주인 호텔롯데를 비롯해 신동빈 회장도 증자에 참여했다. 롯데손보는 지난 2012년에도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737억원의 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RBC비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는 보험영업 부진이 꼽힌다. 보험사의 수익성 지표로 활용되는 손해율에서 롯데손보는 지난해 말 업계 최하위인 92.71%를 기록했다. 국내 손보사들의 손해율 평균이 86%인 점을 감안하면 업계 평균보다 5%포인트이상 높은 수치다. 그만큼 판매하는 보험의 수익성이 부진하단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한 보험상품의 수익성 부진이 저조한 RBC비율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한 시점의 문제가 아니라 수년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RBC가 저조한 수준을 보였다”고 말했다.

    • 그나마 자산운용부문은 운용수익률 측면에서 우수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자산운용수익률은 4.44%를 기록하며 국내 손보사 중에선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의 운용수익률을 거두었다. 지난 2014년에는 이상희 삼성생명 뉴욕투자법인장을 영입하며 해외부문 역량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다만 공격적인 자산운용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롯데손보는 최근 들어 운용자산에서 수익증권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12년 전체자산운용에서 5%수준이던 수익증권의 비중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22%를 넘어섰다. 대체나 해외투자가 늘면서 수익증권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보험사 투자팀장은 “회사채 투자에 비해 대체나 해외투자가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라며 “업계 평균 이상의 자산운용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선 그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손해보험업에 진출한 2008년만 하더라도 손보업계의 지각변동이 일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유통과 화학이라는 굵직한 계열사를 보유한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을 바탕으로 단숨에 업계 상위권 손보업체로 도약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현재는 ‘생존’마저 걱정할 상황에 놓였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롯데손보로선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라며 “IFRS4 2단계 도입 등 업계 변화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룹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이달 신동빈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 유통, 식품, 화학, 관광, 금융, 인프라를 중심으로 6개 핵심사업부문을 선정하고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금융부문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을 제외한 핵심사업부문에서 1위 업체인 롯데그룹이 업계 하위권을 맴도는 롯데손보를 어떻게 탈바꿈할지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금융업을 핵심사업으로 꼽은 만큼, 그룹의 지원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신동빈 체제 안착을 위해서도 롯데손보의 실적개선이 중요해 졌다”고 말했다.